통가리를 만들자

감자의 순환

by Starry Garden
통가리를 만들자


지금은 음식이 참 흔하다. 냉장고를 열면 먹을거리가 늘 있다. 집에 없다면 가까운 편의점, 마트에서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음식이 대기 중이다. 내가 국민학교 시설인 1970년대에만 하더라도 그런 건 없었다. 거기다 시골에는 냉장고는커녕 전기도 없었으니, 나를 위해 대기 중인 음식도 없었다.


또 저장할 음식도, 저장 방법도 제한적이다. 수확하는 계절인 가을에는 그래도 신선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때다. 계절이 겨울을 향해 가면, 신선한 작물들은 점점 사라진다.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며 먹을 수 있는 방법이 '통가리'이다.


이름이 도통 기억나지 않아 모든 걸 알고 있는 구글과 네이버에게 물어봤더니 '통가리'라고 한다. 통가리는 짚으로 만든 집 모양의 저장고이다. 내가 만든 퉁가리를 그림보다는 작았다. 퉁가리의 크기는 저장할 작물 양에 따라 결정나니, 때마다 그 크기는 달라졌다.


통가리.jfif 통가리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민족 문화 대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30771&cid=46631&categoryId


통가리의 안쪽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지면으로부터 1.2~1.5m가량을 파 들어간다. 위에서 보면 원형이고 옆에서 본다면, 타원형의 반을 잘라 놓은 형태이다. 구덩이에는 멍석을 깔아 보관하는 작물과 땅이 바로 닿지 않게 한다. 그리고 감자, 배추, 무를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그 위에는 짚을 얼기설기하여 덮고 다시 한번 멍석을 깔아 덮는다. 숨구멍을 일정한 간격으로 내는 것으로 퉁가리의 제작은 마무리를 짓는다. 멍석을 덮은 위쪽에는 서리나 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원통형의 벽을 만들고 지붕을 덮거나, 원뿔형으로 만든다. 감자, 무, 배추를 보관하는 통가리는 집 마당 한편은 차지한다. 통가리는 보통 하나 더 만드는데, 온기가 있는 부엌 쪽에 있다.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 있으나, 고구마와 호박을 저장하곤 했다.


저장되어 있는 감자나 무를 꺼낼 때 사용 사용하는 도구가 있다. 긴 나뭇가지 끝에 철로 된 뾰족한 못을 박거나, 나뭇가지 자체를 뾰쪽하게 깎아 만든 이른바 '창'을 이용한다. 문을 열고 퉁가리 안으로 들어가 멍석 하나를 걷어내곤 짚 사이로 창을 찔러 넣는다. 그렇게 감자, 무, 배추는 우리의 겨울 식량이 된다.


감자의 순환


감자는 순환한다.

어두운 통가리 속에서도 감자는 싹을 틔운다. 싹이 있는 감자는 독이 있어, 먹게 되면 한참 동안 배가 아프니,잘 살펴본 후에 먹곤 했다. 지금은 싹을 심하게 튼 감자를 버리지만 그때는 알뜰하게 먹었다. 감자 중 싹이 튼 부분을 칼로 도려낸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건 초록빛이 나는 심지까지 자르는 것이다. 싹이 튼 부분은 다시 퉁가리로 들어가는데, 내년에 씨감자로 활용된다. 그리고 싹이 제거된 감자는 즉각 밥에 넣어 먹거나 쪄먹게 된다. 싹이 난 감자는 내년에 다시 감자를 주렁주렁 달고 다시 통가리로 들어가고 다시 도려내 질 테다.

그렇게 감자는 순환한다. 지겹도록.


감자, 무, 배추, 고구마, 호박은 그 시절 우리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귀한 작물이었다. 지금은 무척 천대받기도 하지만.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지금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꾹 참는다. 젊은 사람들도 꼰대는 싫겠지만, 나도 꼰대이긴 싫다.



참다가 삐져나온 말은 "참 세월 좋아졌다."였다.




그의 어린 시절에는 먹을게 참 귀했다는 게 실감 났다. 거기다 냉장고는커녕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살았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퉁가리라는 처음 듣는 식량창고의 제작 과정은 그 시절과 지금이 얼마나 시간과 마음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된다.


또 그 시절과 지금을 동시에 경험한 그의 "나 때는 말이야"가 이해가 된다. 내가 그 일을 겪었다 하더라도 음식을 남기는 이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를 날리고 싶을 것이고, 밥투정을 하는 이에게도 "나 때는 말이야"로 일침 놓고 싶을 테다.


그의 "나 때는 말이야"를 기꺼이 들어보리라. 단, 하루에 세 번만..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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