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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09. 2023

손짓 하나가 주차장에서 웃음을 만든 까닭.

소중한 따스함을 기록해 둡니다.

손짓 하나가 주차장에서 웃음이 피어난 까닭


  한동안 글을 쓰기를 멈췄다. 추석이라는 긴 연휴 뒤에 숨어 쉬다가 모니터 앞에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있으니, 추석을 되짚어 보게 된다.  몇 장면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비가 내리는 사진 하나를 꺼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마음은 산뜻했다. 집을 떠날 때까지는. 추석 대목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아! 하나 잃어버렸던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5일장이다. 가득한 사람을 담아내기에 시장이 벅찬 모양이다. 늘 가던 주차장에는 열대가 넘는 차가 줄을 서있었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는 만차라고 차를 돌려보냈다. 마지막으로 자주 가지 않는 주차장에는 겨우 입장했다.


  자리가 있으니 들어오라고 한 줄 알았지만 없었다. 어머니는 내일가도 된다며, 집으로 돌아가자 하셨다. 꼭 마음을 비우면 무언가 이루어진다고 할까? 운동선수도 어깨의 힘을 풀어야 잘된다는 말이 라고 할까? 포기하고 내려오니, 1층에 두 자리가 났다. 


  어머니는 손뼉까지 치시며, 주차를 독려하신다. 좁아 보이는 틈을 보시고는 먼저 내리겠다고, 내가 내리기 편하게 주차를 조언하신다. 고개를 끄덕이고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 주차를 했다. 사이드 미러에 집중했던 눈을 돌려 앞을 봤다. 어머니께서 다른 차를 향해 손을 흔드시며, 빈자리를 안내하시고 계셨다. 고개를 갸웃하며 내렸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운전자를 향해 엄지 척을 하신다.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이하며, 가자고 하신다. 쉬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 하셨냐고, 이제는 주차 안내를 하시냐며 웃음 한 조각을 넣어 여쭤봤다. 


  "차에 계시던 분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 차에서 손바닥까지 치시더라. 손짓 하나로 서로 웃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삭막한 세상이다. 특히 요즘에는 낯선 이에게 선의를 보여주는 일도 두렵다. 선의가 고소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으니, 모른 척 피해 가는 일이 피해를 받지 않는 일이라는 스산한 기운이 날 감싼다. 또, 누군가를 정하지도 않고, 동기도 희미한 채, 벌어지는 범죄도 잦다. 이유도 없고,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는 동기.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좁아진다. 


  그뿐 일까? 함께 오래도록 연인사이로 있다가 발생하는 폭력도 있다. 헤어지고 나서, 스토킹을 하다, 죽음이 이르는 일까지 있다. 거기에 맞춰서 안전 이별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낯선 이도, 낯선 이를 만나는 일도 모두 하기 두려운 일이 되는 것 만 같다. 


  어머니의 아무런 이유 없는 선의. 선의를 받아 좋아하시는 낯선 이의 모습이 생경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예전부터 있었던 일들이 강한 대중매체를 만나고, 자극적인 기사에 클릭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어진 일일까? 아니면, 정말 늘어나는 일일까? 지난해 폭력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다, 숫자 뒤에 있는 고통의 아우성에 꺼버렸다. 


  다만, 하나 알게 된 사실 조각 하나. 서로를 배려하는 일은 좀처럼 대중매체에 등장하지 않아,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 아주 가까운 이곳에서도 일어난 이 일은 내가 여기에다 글을 적이 않으면 모르는 일이 된다는 사실. 안다. 이런 따스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만난 따스한 이야기를 하얀 바탕에 꾹꾹 눌러 박아 넣어 기록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삭막하지 않고, 서로를 아무런 이유 없이 배려하는 일이 있다며 소리치고 싶다. 훗날 누군가 글을 보게 된다면, 따스한 일이 하나 있다는 희미한 흔적이라도 남기도 싶다. 매우 작은 사람들이 본다고 할지라도.


  주차장을 빠져나가 조금 걷다 보니, 낯선 이들이 북적이는 시장이 보인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있으니, 온갖 분들이 보인다. 장을 보고 무거운 손으로 가는 분. 아버지에게 주전부리를 사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아이. 약간 등이 굽어진 부모님 곁에서 든든한 모습으로 서있는 자식. 그들 사이에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고 있는 공간까지. 


  어머니께서 내 어깨를 톡톡 치신다. 자신의 곁으로 붙으라 하신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뒤에 있는 할머니에게 어머니께서 말을 건네신다. 


  "여기에 앞에 서세요."


  또 다른 작은 따스함을 모아 적는다. 비가 만든 스산한 기운을 밀어내고 시장을 걸어가 본다.



스산한 기운을 밀어내는 따스한 이야기가 가득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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