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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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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07. 2023

할 일 없이 편의점에 가는 이유.

적당한 소비는 확실한 행복입니다. 

할 일 없이 편의점에 가는 이유.


  동생은 독립서점과 카페를 운영한다. 가끔 동생을 데리러 가는 데, 환한 빛을 뿜어내며 정돈되어 내 눈을 멈추게 한 곳이 생겼다. 바로 편의점. 노란색에 따스한 빛이 나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가게를 정리하는 동생에게 물어보니, 얼마 전에 영업을 시작한 편의점이라 한다. 웃으며 한 번 가보자고 하니, 데리러 와준 일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긴장한 모습의 사장님이 우리에게 어색한 웃음을 나눠주신다. 밝은 매장을 천천히 둘러보니, 행사 상품이 무척 많았다. 동생과 나는 각자 흩어져 기호에 맞는 과자도, 김밥도, 음료를 가득 채워왔다. 마지막 과자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동생은 어깨를 툭 치더니, "고민하지 말고 둘 다 사!"를 외친다. Flex라고 해야 할까? 멋진 손짓의 그녀에게 엄지를 보여주며, 고민을 접었다.


  삑삑 소리를 내며, 이제 소유권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찰나, 사장님이 행사 상품이라며 에코백을 건넨다. 이번에는 오래도록 쓰겠다 다짐하며, 또 오겠다고 두 손 무겁게 나왔다. 웃으며 나오니 휴대전화가 부르르 떤다. 여자친구다. 편의점 쇼핑을 끝냈고, 맛있는 상품을 나열하니 피식 웃으며, 그녀가 답한다.


  "매일 적절한 소비가 당신을 기쁘게 하리라."


  탕진잼, 보복소비, 홧김비용, 라는 단어가 한참 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나만 소비를 하며 기분이 바뀌는 건 아닌 듯하다. 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를 했다는 인구가 2018년 조사에 따르면 93.8%에 달했다. 5년 전 조사라 하지만, 크게 달라졌을까?


  미국 심리학자 에이프린 레인 벤슨은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 소비를 하는 욕구가 올라간다고 했다. 또, 하버드대학교 제니퍼 러너 교수는 슬픈 영화를 보고 난 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한 보상 심리로 돈을 쓰기 쉽다는 실험도 했다. 소비는 기분 전환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인 모양이다.


  한발 들어 소비를 살펴보자. 비합리적인 소비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1. 과소비(overspending): 지금 내가 벌어드리는 돈을 넘어서 미래의 소득까지 하는 소비.

    2. 과시소비(conspicuous consumption): 물건이나 서비스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신을 들어내기 위해 소비.

    3. 충동소비(impulsive consumption): 계획 없이 사는 모든 소비. 

    4. 중독소비(addictive consumption): 과소비를 넘고, 과시소비와 충동 소비가 모두 결합된 상태.  


  무시무시하다. 편의점에 할 일 없이 가고 난 뒤, 검색한 소비에 대한 이야기에 위축되었다. 괜히 기분이 좋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에 견디고자 '합리화'를 모셔왔다. 


  편의점에는 얼마나 할 일 없이 자주 갈까? 곰곰 생각해 보니, 일주일에 2~3번이다. 한번 가면 얼마나 살까? 보통 5 천 원 정도 구매하고, 정말 많아야 1만 5천 원 정도다. 한 달로 계산해 볼까? 한 달에 8만 4천 원 정도다 (일주일 3회, 한번 갈 때 7천5백 원으로 가정) 


  우선 내가 벌어드리는 돈을 넘어서 미래 소득까지 소비하지 않으니, 과소비는 아니다. 할 일 없이도 가니, 목적이 희미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편의점 물건을 샀다고 누군가에게 자랑하는 일이 과시가 되지 않으니, 과시소비는 아닌 듯하다. 과시소비는 패스. 충동 소비는 맞다. 매일 꾸준히 하니 중독 소비라고도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과소비도 아니고, 과시소비는 아니니. 중독 소비는 아니다. 


  합리화님이 나는 과소비는 아니고, 과시소비도 아니라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충동 소비는 있으니, 조금 조심해보자 한다. 그보다, 기분이 좋아지지만 먹는 것들의 면면을 보니 건강에 나빠지겠다고 걱정한다. 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주고는 필요할 때 불러달라며 합리화님은 웃으며 가버리신다. 


  내가 하는 편의점 소비가 꽤나 나쁜 것처럼 느껴진 상태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피식 다시 웃으며 말했다.


  "뭘 그런 것 가지고 심각하게 찾아봤어? 쓴 금액 보다, 좋아진 기분이 월등하게 높으니, 그냥 써!"


  모르겠다. 잔잔한 소비를 하며 즐기련다. 오늘도 난 할 일 없이 편의점에 가본다. 딸랑 거리는 소리와 따스한 조명이 가득한 그곳에 가서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오련다. 합리화님께서 주신 메모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적당한 소비는 확실한 행복입니다."


오늘도 편의점에 갑니다.



참고자료

https://www.kca.go.kr/webzine/board/view?menuId=MENU00306&linkId=55&div=kca_1906

https://eiec.kdi.re.kr/material/clickView.do?click_yymm=201405&cidx=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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