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남긴 작품에서 저를 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는 이유.
여자친구는 클로드 모네를 좋아한다. 프랑스 화가로, 인상주의의 창시자이다.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에서 시작한 인상파는 독특하다. 그들의 시선은 색과 빛에 집중해 형태가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인상파가 남긴 그림을 보면,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의문이 싹튼다. 우리가 같은 사물을 보지만, 같은 장면을 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혹시 기억이 날까? 드레스 색깔 문제로 사람과 사람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색도 마찬가지다. 모네는 빛의 변화를 거친 붓으로 속도를 불어넣어 만들고, 여러 번 덧칠하여 색을 강렬하게 남긴다. 대상과 대상의 인접한 부분이 구별되지 않고, 서로 겹쳐진다. 포개지는 모습이 오묘한 모습으로 나오니, 멍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림은 가만히 있는데, 어떤 때는 꽃이 강조되어고, 때로는 빛이 강조되는 변화무쌍한 그림이 된다. 전통적인 선원근법, 구도, 채색, 드로잉을 내어주고 강한 색감을 보여주는 그림에 자꾸 눈이 간다.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서 작품을 보고 난 뒤, 여자친구는 클로드 모네를 좋아하는 이유를 한 조각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난 그처럼 살고 싶은 것 같아."
클로이드 모네는 수련 그림을 참 많이 그렸다. 한 곳에 머물며 그린 그림이다. 바로 지베르니의 정원이다. 지베르니는 아주 작은 도시다. 파리에 근처에 있는 마을로 500 명 남짓 살고 있다. 예전에도 비슷한 모양이었나 보다. 모네는 그곳과 젊은 시절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풍경을 보고 다짐했다고 한다.
"내가 이다음에 큰돈을 벌면 지베르니에 집을 얻겠다."
인상파의 좌장이 되었고, 그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젊은 시절 했던 결심을 잊지 않고 지베르니에 왔고, 죽을 때까지 산다. 정원사를 6명이나 두었고, 자신도 직접 나서 정원 관리를 했다고 한다. 소중한 곳을 여러 각도로 보고, 다양한 시간에 봤으며, 사계절을 담으려고 노력한 모양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준 그곳에서 눈이 고장 나 더 이상 볼 수 있는 순간까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여자친구의 취미는 농업이다. 유기농업기능사 필기까지 당당하게 붙은 그녀는 언젠가 자신의 손때가 곳곳에 묻은 정원을 만들고 싶은가 보다. 모네의 삶이 그림에 나와 흘러 그녀에게 가 닿으니 당기는 건 아닐까? 그림은 작가의 삶을 한 조각 넣어 두었으니, 마음이 함께 울리는 건 당연한 모양이다.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나를 당기는 그림이 있다. 물론 노래도, 책도 예외는 아니다. 읽다 보면, 마음이 진동하고, 보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잊고 있던 기억을 꺼내어 놓기도 한다. 시대도, 나라도 상관이 없다. 명작이란 모든 것을 뛰어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의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기도, 어쩌면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일까?
그녀의 말을 마음에 넣고 돌돌 굴려보니, 나도 몇 명의 작가가 떠오른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그들의 어떤 삶을 한 조각 그림에 넣어두었기에, 내 마음을 당길까? 내 마음에 남은 몇 분의 작가의 삶을 돌아봐야겠다.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나를 봐야겠다. 박물관도 미술관도 가야 하는 이유가 더 생겼다.
내 마음을 알아보러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