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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23. 2023

공모전이 주는 의미에 대하여.

데드라인이 하나 생긴 것뿐입니다.

공모전이 주는 의미.


  브런치스토리에 입장하면, 옥색으로 은은한 빛을 내며 나를 부르는 배너가 있다.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피할 수가 없다. PC 버전이든, 모바일이든. 거기다, 브런치 스토리에 가끔 와 내 글을 읽는 동생은 응모했냐며 묻는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알림까지 보내니, 내가 도망갈 빈틈이 없었다. 한번 탈락했던 브런치 북 하나에, 새로운 브런치 북 2권을 더해 응모했다. 이제는 끝났다.


  작년 이맘때, 아니 이제는 2년 전 이맘때 내가 글을 쓰고 있으리라는 상상을 한 조각도 하지 못했다. 글을 쓴 지 1년 5개월 정도 흐르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월간에세이에 기고를 하는 영광을 받기도 했고, 출판사에서 여러 권의 리뷰어로 모집되기도 했다. 참 운이 좋아 책 출간하는 기회도 있었다.


  글을 쓰며, 나를 치료하고 있으니 누군가 공감을 해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작고 소소한 가족 이야기, 의미 없이 지나갈 시장에서 있었던 일들. 많은 분들의 응원 덕분에 용기를 얻은 덕분일까? 하고 싶은 일이 조금 늘어났다. 그중 하나가 공모전 도전이다. 많지는 않다. 브런치스토리에서 매번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고, 올해도 기다리고 있다. 하나 더, 군산 초단편 공모전도 한 적이 있다. 


군산초단편문학상 공모전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는 응모 작품이 매년 늘어나 8,000~9,000 편이 올라오고, 최근에 응모한 군산 초단편 문학상 공모전은 1,500편이 응모되었다고 한다. 어마무시하다. 응모된 글을 보면, 나와는 비교하지 못할 깊은 마음을 담은 작가님도 계시고, 수려한 문장이 가득한 작품도 있다. 주눅이 든다. 


  지금까지의 승률은 '0'이니, 내 글만을 다시 본다.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바로 논문을 투고할 때다. 마음에 열이 나도록 실험하고, 다크서클이 볼까지 스멀스멀 기어갈 때까지 쓰며, 지도교수님에게 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난 논문. 삶이 녹아 있는 논문을 잡지에 투고 처음으로 거부당할 때다.


  오전에 보냈는데, 점심 먹고 오니 거부당했다는 메일이 왔을 때, 허무했다. 아니, 현실인가 싶었다. 내 삶 조각을 넣은 논문이 거절당하니, 내 삶 전체가 거절당한 기분이었다.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얼마나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체감상 10분? 실제로는 30분은 지난 듯했다. 지도교수님이 오셨다.


  위로일까? 다시 시작하라는 응원일까? 그 어디 중간의 말투로 몇 마디를 남기시고는 가셨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무수히 많은 학술 잡지 중 하나를 선택해 다시 제출하면 되니 걱정 말라고. 또, 거절당했다고 논문이 없어진 것도 아니라고. 내가 지도교수인데, 내가 본 논문 중 정말 거절된 건 없다고 자신만 믿고 따르라고. 이제 그만 멍 때리지 말고 다음 후보 잡지를 찾아내라고.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그때,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문장이 있다. 교수님의 말을 조각해 만든 문장이다.


  "투고는 또 다른 일정이고, 거절을 다른 일정을 시작하는 일이리라.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 누군가는 알아차리고 받아준다. 내 손에 있는 논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모전에 큰 의미를 가지지 않고, 던지고 기다리고 거절되는 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문장 덕분이 아닐까? 투고를 공모전으로 바꿔도 크게 이상하지 않고,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준다. 


  "공모전은 또 다른 일정이고, 거절은 다른 일정의 시작하는 일이리라.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 누군가는 알아차리고 받아주리라. 내 손에 있는 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도 난 쓴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덧붙임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신 작가님들 수고하셨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모든 분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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