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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24. 2023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중한 이유.

우린 밥만 먹고살지는 않습니다. 

박물관이 소중한 이유.


  국립중앙박물관을 가끔 간다. 따저보면 2~3달에 한 번은 방문한다. 기획전을 찾아가는 일도 있고, 단박에 다 볼 수 없는 상설전시장을 시대를 끊어 가기도 한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일까? 가서 물건이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면 흥미진진하다. 때로는 작은 돌하나에 소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마음에 담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계절에 따라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고요하게 내 보일 때마다 감탄한다. 거기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유명한 작품을 준비하고 기다리니,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2023년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 수 341만 명으로 세계 5위를 했다. 세계적인 박물관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이 끝나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갔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마네, 반 고흐까지,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이들의 작품이 먼 거리를 날아왔다. 예약을 하고, 갈 날만을 기다렸고, 작품들을 만났다. 미술 작품을 책으로 보는 것, 아무리 좋은 화질로 보는 것이 실제로 보는 것만 못한 이유는 장소와 크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실제 사람 크기로 그려진 그림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에 힘을 느끼고, 때로는 아주 작은 그림 뒤에 있는 배경에도 신경을 쓴 그림에 놀라기도 한다. 그림을 보고 마음에 담았다(그림에 대한 감상은 다른 글로 풀어내겠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을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큐레이션과 연출이다. 마지막 방의 연출에 마음이 녹았다. 


  어둡고 커다란 방. 희미하게 텅 빈 액자가 흰 바탕 벽에 붙어 있다. 조명이 나오더니,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유럽은 전쟁통으로 빠져버렸고, 안전한 곳은 없어졌다. 섬인 영국에도 폭격이 이루어지고, 평온한 삶을 산산조각 났다. 


  행정 조직은 미약하지만, 그들의 할 일을 찾았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고, 그때 일상을 회복하려고 준비를 했다. 내셔널 갤러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류가 보호해야 할 작품들이 있는 그곳에 포탄이 떨어지지 않을 보장이 없었다. 작품은 아무도 모르게 폐광으로 숨어들었다. 작품이 없는 박물관이 무슨 의미일까? 문을 닫았다.


  1942년 전쟁이 한창일 때, 신문 독자 투고란에 자그마한 글이 실린 모양이다. 참혹한 전쟁 중이지만, 국민을 위해 1~2점이라도 작품을 전시해 달라는 부탁이다. 내가 관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고민을 되었을 테다. 내어놓은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옮기는 과정에 전시를 하는 중에 파손이 되면 인류의 자산을 잃어버리는 오명을 쓰리라는 두려움이 있었을 테다. 


  정부와 갤러리는 용기를 내었다. 매달 한 점을 전시했다고 한다. 내가 당시에 살던 사람이라면 그곳을 꼭 갔으리라. 어떤 때는 힘은 우리를 이겨 낼 수 있다고 응원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환상의 세계로 나를 안내했을 테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영국인 수천 명이 매일 찾아들었다고 한다. 


  전쟁이라는 인류 최악의 일이 일어나는 중에는 사실, 먹고사는 일조차 어렵다. 집을 나서다, 아니 집에서도 포격 때문에 죽을 수 있고, 어제까지 이야기하던 친구가 전장에서 쓰러질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전쟁이다. 지금도 우린 삶은 전쟁과 비슷하다. 손에 꽉 쥐고 있는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내가 지낼 따스한 집하나 구하기 어렵다. 밥도, 생명도 참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것 만으로 사는 존재는 아닌가 보다. 위기의 순간에도 예술작품을 찾으니 말이다. 


  영상이 끝났고 이제는 다른 분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 냈다. 화창한 날씨를 보며,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섰다. 누군가의 혼이 들어간 조각이 있고, 누군가의 삶을 깎아내어 만들 그림이 있는 상설 전시장으로 가야겠다. 내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니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 우리는 단지 먹는 것으로 사는 존재가 이나고, 단지 살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니 말이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마음에 담은 그림.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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