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시장 붕어빵이 알리는 신호를 아시나요?
자세히 보니, 잉어빵이군요!
용인 시장 붕어빵이 알리는 신호를 아시나요?
붕어빵을 좋아한다. 겨울 찬바람이 불면, 지갑에는 천 원짜리 몇 장을 꼭 넣어 다닌다. 귀한 붕어빵은 현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 몇 장의 천 원짜리가 주머니에 있으면, 고소한 냄새와 환한 빛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서늘한 기운이 왔지만, 잊고 있었다. 붕어빵이 알리는 신호를 잊고 있었다.
붕세권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요즘에는 붕어빵 찾기가 어렵다. 가까운 시장에는 추워지는 가을에서부터 꽃이 피는 봄까지 붕어빵을 굽는 분이 계신다. 싸늘한 바람이 신호를 띄우니, 붕어빵 생각이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기회가 왔다. 시장으로 가자는 어머니 소리에 지갑을 주머니에 쿡 찔러 넣고 따라나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때문일까? 어깨가 묵직할 정도의 짐을 손에 꽉 쥐고 있지만, 견딜만했다. 어머니는 목적에 따라 군더더기 없는 동선에 따라 움직이고, 난 미어캣처럼 고개를 바짝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코를 레이더 삼았다.
어머니 장보기 물품이 한 줄, 한 줄 지워갔지만 늘 계시던 붕어빵 노점상이 보이지 않았다. 메모지의 가장 아래에 머물던 어머니의 시선이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코 레이더는 고장 났는지 방향을 찾지 못했다. "다음 기회에"라는 단어가 두둥실 마음에 떠다니던 중, 어머니께서 손으로 방향을 잡아 주신다.
"붕어빵 있다. 먹을까?"
코 레이더도, 곧게 들고 있던 고개도 모두 고장 난 모양이다. 어머니 손 끝 위에는 붕어빵을 판다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후다닥 가서는 3 마리를 낚아 왔다. 팥 두 마리, 슈크림 한 마리. 따듯한 물고기를 손에 들고는 어머니를 따랐다. 팥을 하나 꺼내든 어머니는 내가 가져온 봉투를 유심히 보신다.
"붕어빵이 아니라 잉어빵이네?"
고개를 갸웃하고 보니, 주황색으로 명징하게 잉어빵이라고 적혀 있다. 곁에 있는 단어를 다시 볼 기회다. 붕어빵에 대해 몇 줄 읽었다. 붕어빵의 유래는 일본 '타이야키"로 가야 한다. 한국말로 고쳐 잡으면, 도미빵이다. 도미라는 생선보다는 붕어라는 생선이 우리에게 익숙하니, 이름이 현지화된 모양이다. 1950년대 ~ 60년대에 물 밀듯 원조로 밀가루가 들어왔고, 다양한 밀가루 음식이 말 들어졌는데, 그중 하나가 붕어빵이었다. 붕어빵과 잉어빵의 차이도 있다고 한다. 순수 밀가루 반죽이 붕어빵, 찹쌀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쓴다면, 잉어빵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붕어빵이 잘 보이지 않는 건, 황금 잉어빵 프랜차이즈가 점령했기 때문인 듯하다.
잉어빵은 나에게 신호다. 한 해가 끝나가고, 새로운 해가 오는 신호. 마음이 번다해진다. 아쉬운 날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았나 고민케 한다.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 올라와 마음이 딱딱해진다. 단단해진 마음 틈사이로 잉어빵 아니 붕어빵 시가 한 편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썰렁한 주차장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한 마리 있다. 어머니에게 반 갈라 같이 먹자고 하니, 고개를 가로저으신다. 배시시 웃으며, 붕어빵을 한 입 우적 씹었다. 따스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에 훅 꺼져 온다. 주머니를 뒤적여 본다. 천 원짜리 지폐에 안심하고, 따뜻한 이 순간을 기억한다. 붕어빵이 주는 신호를 바꿔본다. 언제든 마음이 차가워질 때, 아쉬움이 남는 날이 불현듯 떠오를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간식이라고 고쳐 잡아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