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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11. 2023

어때요? 식혜, 수정과 쉽쥬?

만나면 좋은 식혜, 나누면 행복한 수정과.

어때요? 식혜, 수정과 쉽쥬?


  식혜와 수정과를 좋아한다. 간혹 카페에서 만나면 커피와 차를 제치고 선택하고, 편의점에서 만나면 콜라와 사이다를 보지도 않는다. 이런 나를 아시기에 어머니는 추석이 되면 식혜를 준비해 주신다. 이번에는 식혜에다가, 수정과를 부탁드리며, 제가 함께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할 뿐 하기 쉽다며, 선선히 해주신다며 답을 주신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 즉각 공부에 들어갔다.


  유튜브에 계시는 백종원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그분이 알려주지 않은 음식이 있을까 싶다. 식혜는 어머니가 전문가시니 수정과를 꼼꼼하게 봤다. 선생님의 "어때요? 쉽쥬?"라는 말이 떠오른다. 역시, 보는 건 쉽다. 용기를 넘어선 오만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거만한 웃음을 숨기며 내일을 기다렸다. 


  추석이라는 긴 연휴 동안 느긋함이 몸에 착 하고 붙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느릿하게 움직여 샤워를 하고 나오니, 어머니는 준비하라고 재촉하신다. 식혜와 수정과를 한다는 비장한 말과 함께. 어제 보았던 영상을 되짚으며 주방으로 가니 재료가 준비되어 있다. 발아래에는 오랜 세월 동안 가족을 위해 밥을 하고 퇴직한 밥솥이 놓여 있었다. 

   

고두밥과 엿기름 가루


  어머니의 빠른 손놀림으로 식혜가 시작되었다. 요약해 보면,

    1. 고두밥을 만든다.

    2. 엿기름을 물에 치대기를 반복한다.

    3. 첫 번째 치대서 나온 물을 고두밥과 함께 밥솥에 넣고 보온을 누른다.

    4. 3~4번 정도 엿기름을 물에 치대고 난 뒤, 물만 분리해 모아둔다.

    5. 4~5시간 뒤, 밥알이 동동 뜨면 꺼내어 엿기름 물과 함께 넣어 1시간 30분 끓인다. 이때 설탕을 적당량 넣는다.

    6. 식혜 완성.


식혜 만드는 방법.


  순서에 맞춰 식혜를 하고 나니, 이제는 기다리는 시간뿐이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은 수정과.

    1. 계피를 깨끗한 물에 씻고 물에 넣는다.

    2. 생강을 잘라 넣는다. 

    3. 2시간을 끓인다.

    4. 설탕을 넣고 20분 정도 끓인다.

    5. 수정과 완성.


수정과 만드는 방법


  후다닥 준비가 끝나고 나니, 이제는 기다림 뿐이다. 1시간도 채 안되어 이제는 끝났고, 시간이 음료를 만드는 순간이다. 어머니는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활짝 웃으신다. "쉽지?"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른하게 발을 옮겨 방으로 향했다. 눈이 스스륵 감기다 뜨기를 반복했다. 집에는 상큼한 냄새가 그윽하게 퍼져갔다. 수정과는 끝났다. 내가 보지 못한 사이에 어머니가 설탕을 넣고 기다리고 계셨다고 했다. 


  따스한 수정과를 숟가락으로 떠서 후후 불며 먹으니, 알싸한 생강이 맛났다. 텁텁하던 입이 환하게 빛난다. 식혜는 아직이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배회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달달한 냄새가 나를 이끌어, 열기를 품고 있는 솥으로 안내했다. 하얀 김을 뿜어내어 시야를 잠시 가리고 나더니, 달큼한 향이 코를 간질었다. 


  어머니는 이제 다 되었다며, 숟가락을 손이 쥐어주시더니, 조금만 먹어보라고 하신다. 커다란 국자로 휘휘 돌리고 난 식혜에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집어넣었다. 밥알이 조금 있는 따뜻한 식혜를 먹으니 묵직하고 달콤한 맛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를 손으로 그리니 어머니는 시원한 창가에 두라고 등을 톡톡 두드리신다. 


  충분히 식고 나니, 어머니는 다이소에서 사 온 통을 줄 세워 놓으신다. 한 병, 한 병을 채우고는 냉동실로 넣는다. 냉장고 앞에서 팔짱을 끼시고는 곰곰 생각에 빠지셨다.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지 되짚고 계신가 보다. 미지근한 식혜 한 컵, 수정과 한 컵을 들고 거실로 왔다. 사진을 찍어 여자친구에게 보냈다. 


  식혜를 먼저 빠르게 들이켜고 나서는 생각을 되짚어 본다. 혼자 할 수 있으려나?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다음에도 어머니에게 부탁드리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야지라고 읊조려 본다. 보낸 사진에 대한 반응이 왔다. 식혜 맛집이 여기라며, 자기도 꼭 달라고 한다. 빙그레 웃으며, 걱정 말라는 답장을 보낸다. 



식혜와 수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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