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Oct 12. 2023

INFP가 안내하는 시선에 따라가는 여행.

귀엽다고 사연이 없지는 않습니다. 

귀엽다고 사연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끔 심심하면 MBTI를 보곤 한다. 네 가지 분류에 각각 두 개의 글자에 몸을 맡기고 내가 누구인지 턱 하니 내어 놓는 결과를 보고 있다 보면, 시간이 휘리릭 지나간다. 내 MBTI에서 한 발 나아가본다. 가까운 이들의 MBTI가 궁금해 질문한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특징이 살펴보며, 심판을 내리는 판사처럼 MBTI의 주인에게 방망이를 탕탕 거린다. 


  MBTI 이야기를 한 건 다른 아닌 책 덕분이다. 최근 소설 쓰기 선생님께서 책을 내셨다. 이름은 <귀여워서 INFP>. 재미로 보는 MBTI이지만, 멀찍이 있는 사람을 보면 호기심이 커진다. 거기다, 내 MBTI인 ESTJ와는 모두 반대인 INFP 궁금증이 커졌다. 책을 읽기 전 INFP의 특징을 읽어봤다.


  INFP를 보여주는 긴 길을 짧게 쳐내면 이 정도가 아닐까? 차분, 창의, 낭만을 신념에 두르고 깊은 열정을 뿜어내는 사람. 한 줄만 추가를 한다면, 자신의 내면의 길을 따라가는 이상주의자 정도일까? INFP에 대한 작은 지도를 들고, 책을 펼쳤다. 여행에는 깊이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겉만 보고 오는 여행이 있고, 그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공간을 이해하는 여행이 있다. 책이 안내하는 여행은 후자다. INFP의 깊은 눈으로 보는 세상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책이 꽉 붙들고 있는 문장이 강한 열기가 되어 얼굴에 훅 끼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내가 꽁꽁 숨겨두고 모른 척했던 마음이 담긴 상자를 할퀴고 지나가 열어져 치기도 한다. 책이 강한 힘을 가진 문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고독이 아닐까 싶다.


  우린 가끔 인생에서 추스르기 급급한 일들은 만난다. 원하지 않는 만남 뒤에는 지저분한 불안과 비릿한 권태를 남기고 가는데, 이를 치워내는 힘은 고독이 있어야 한다. 혼자만 있으며, 사색의 기회를 스스로에게 하사하며 지내는 시간이 불안을 걷어내고, 권태를 털어버릴 수 있다. 안개 한편이 훅 불어나가더니, 앞이 보인다.


  불안과 권태를 걷어낸 마음으로 가볍게 걷다 보면, 멈추기도 한다. 옆에서 누군가는 "너는 길을 잃었다고, 큰 일 났다."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그럼 난 방향을 틀기 위해 서 있노라 마음을 다독이며, 그들의 말을 뒤로 한채 어렵게 다시 발을 떼기도 한다. 야트막한 언덕에 햇살이 비치니, 작가가 보는 모습이 명징해진다.  


  내 손에는 꽉 쥐고 있던 생각이 있다. '돈을 벌겠다. 출세를 하겠다. 남들 부럽지 않은 삶을 가족에게 선사하겠다.' 마음 아래에는 '빨리 이루고 싶다'가 있는 모양이다. 글을 쓰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삶에는 절대적인 속도가 있지 않고,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간다는 사실을. 손에 꽉 쥘수록 그건 내 것이 아니라는 자그마한 조각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애쓰지 말라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속사귀는 마음이 보인다. 따스한 기운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INFP의 시선으로 떠난 짧은 삶 여행이 끝나고, 책을 덮었다. 시작할 때 보다 큰 지도가 한 장 놓여있다. 탁 트인 모습이 내 앞에 놓여있다. 지도 제목에 INFP를 쓱쓱 지우고 내 이름을 적어 넣는다. 가장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 ESTJ인 내가 읽어 내린 책에는 내 마음 일부를 보는 기회가 있었다. 잘 접어 놓은 지도를 별이 총총 빛나는 마음속 정원 게시판에 걸어둔다. 몸에 힘이 들어가 목이 뻣뻣해지고, 길을 잃었다 생각할 때,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고, 지도를 들고 여행을 떠나리라. 



추천드리는 분.

    - INFP가 보는 세상이 궁금하신 분.

    -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신 분.

    - 새로운 시선으로 마음 여행이 필요하신 분.


    #MBTI #INFP #에세이 #양단우 #응원


귀여워서 INFP


매거진의 이전글 사투리 백작, 세상을 감동시킬 도전을 시작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