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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의 의미에 대하여.

박사학위는 시작이다.

by Starry Garden
박사학위의 의미에 대하여.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운이 좋아 박사학위를 받았다. 운을 풀어서 이야기하면, 좋은 스승님을 만났고, 다행히도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박사학위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한다기보다는 기회가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일까? 기회가 있어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지배했기 때문일까? 막상 학위를 받고 나서는 감흥이 짧게 지나갔다.


거기다, 지도교수님이 하신 말씀도 한 몫했다. "진짜 박사가 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열심히 해." 겸손하라는 의미로 받아 안고, 마음에 적어두었다. 잊고 있다, 떠올랐다.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몸을 담고, 많은 학생을 지도하신 교수님이 하신 말은 곱씹을수록 진한 맛이 느껴진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면을 불현듯 만나기도 한다. 내공이 담긴 문장이 나에게 박사 학위의 의미를 알려주는 듯했다.


전공을 하고, 박사 학위를 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선 표준국어대사전이 말하는 "박사"를 보자.


명사
1. 대학원의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규정된 절차를 밟은 사람에게 수여하는 학위, 또는 그 학위를 딴 사람. (후략)

2.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박사"에서 내가 한건 겨우 1번이다. 교수님이 가라고 한 길은 2번이 아닐까? 박사학위 인플레이션이라고 할 정도로 쏟아진다. 박사라는 이름만 있다고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학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했다고 모든 것이 보증되는 시대는 사라졌다. 취업은 어렵고, 세상은 녹록지 않다.


갑자기 마음의 방의 불을 켠 문장이 꺼지지 않게 사색을 넣어두고, 산책을 갔다. '전공을 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박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손에 움켜쥐고 걸었다. 전공을 한다는 것은 지식을 더 가지기 위한 일일까?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너에게 박사라를 이름표를 준 것일까?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연구가 쏟아진다. 거기다 세상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AI는 우리가 묻는 말에 척척 답을 하기도 한다(정확도는 확실하지 않다. 가장 그럴듯하게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말하는 것도 가끔 틀리니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지식을 쌓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의 시선은 초점을 찾지 못하고 떠돌았다. 생각이 멈췄다. 한 분야를 전공하며 박사가 되는 일은 앞으로 닥칠 문제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대한 자신만의 해결책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AI가 있더라도, 질문이 없다면 아무런 답을 내지 못한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일. 바로 그 일이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의 의미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문제는 항상 모양이 다르고, 늘 다른 모양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문제를 찾는 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알아가는 일도 모두 출발은 공부다. 어떤 사람이 믿을 만한 이야기를 하고, 읽어내며 소화하는 이들. 바로 그것을 하는 이가, 바로 박사가 아닐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은 바로 공부다. 계속 탐구하고 읽고 정리하는 일을 해야만, 박사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다시 지도 교수님이 했던 말로 돌아왔다. 10년은 족히 걸린다는 의미가 흐릿하지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까이 가니, 문장이 보인다. "박사학위는 시작이다."


가끔 환경에 대한 글을 쓴다. 내가 전공한 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 아닌 이야기를 쓰기도 한다. 어떤 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그때 논문에 어떤 부분을 짚어내야 할지 고민한다. 고심이 아마 다른 분 보다 반발을 더 들어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한다.


똑똑한 시계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산책한 지 한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발걸음을 집 방향으로 잡아 본다. 천천히 걸어가며 했던 생각을 정리한다. 오늘도 어떤 글을 쓸지, 공부해 본다. 환경에서 어떤 분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살핀다. 아직 박사가 되길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지도교수님이 하신 말을 다시 꽉 잡아 본다.



KakaoTalk_20231019_111700952.jpg 박사학위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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