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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26. 2024

안예은-출항이 주는 위로

"배 위에 이 한 몸 올랐으니 어디라도 가보자."

"안예은-출항이 주는 위로"


  글쓰기는 영감을 채집하는 일이 된다. 걷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드라마를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이야기를 하다가도 얻는다. 그중 하나가 노래다. 노래는 멜로디라는 얼굴에, 가사라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채 등장한다. 처음에는 얼굴인 멜로디에 이끌려 노래를 듣다가 가사라는 성격이 나와 맞다면 오래 함께한다.


  멜로디만으로도 좋은 노래가 있고, 가사가 마음에 콕 박히는 노래가 있다. 멜로디라는 얼굴도 멋지고, 성격마저 나와 맞는 노래를 만났으니, 바로 "안예은의 출항"이다. 항해와 노래가 만나 글이 되었다. 


  한국 향이 깊게 담긴 톤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상상하게 된다. 항해. 지금이야 온갖 기술을 가지고 출발한다. GPS가 정확하게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비와 태풍을 예측해 알려준다. 긴 항해에도 균형 잡힌 식단을 누리며, 강한 엔진에 의지해 앞으로 간다. 안전하기만 할까? 아니다. 여전히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약하디 약한 인간이다. 하물며 과거는 어떤가?


  시간을 조금만 돌려보자. 500년 전. 유럽 끝 자락. 지금의 유람선 크기의 작은 배에 사람들이 몸을 싣는다. 조악한 지도와 나침반, 육분의에 의지해 앞을 더듬으며 간다. 바람이 불면 가고, 잠잠하면 멈춘다. 며칠 가다 보면, 육지는 사라지고 망망대해만이 앞에 놓인다. 딱딱한 비스킷, 더러운 물, 조금의 술이 전부다. 시간이 흐르면 비타민이 부족해 사람들이 쓰러진다. 목숨을 건 일이 바로 항해다. 



  삶이 항해에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린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모른다. 미래라는 조악한 지도를 지닌 채, 앞으로 더듬더듬 간다. 항해의 시작은 어땠을까? 생명을 배에다 걸고 출발할 때 그들은 희망 한 조각을 품었을 테다. 너절한 과거를 뒤로한 채, 미지의 바다에서 인생 역전을 노렸을 수도 있다. 인생도 항해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실이 양날의 검이 된다.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 변화할 수 있다는 무서움. 닻을 올려 간다. 익숙하지만, 슬픔과 과거가 있는 육지를 뒤로 하며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간다. 


  두근 거리는 마음은 어디로 간지 없어지고, 망망대해에서 우린 이내 삶의 노잼 시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 있을까? 없다. 바람이 없어 앞으로 가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 늘 같은 장면에 지루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항해를 멈출 수 없다. 그 시간도 내 삶이고, 그 시간을 견뎌 내야 나만 시간을 쌓을 수 있다. 희망이 있다고 해서 지루하지 않을 리 없고, 목표가 있다고 해서 안온하지 않음을 기억한 채. 


  "안예은-출항"을 또 듣게 된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고민될 때도. 

  힘겨운 일들이 내게 닥칠 때도.

  희망이 있지만, 견뎌야 할 시간이 있을 때도.

  두근 거리는 마음은 사라지고 지루한 시기를 만났을 때도.


  "안예은-출항"은 내 삶 곳곳에서 이정표처럼 서서 날 기다린다. 위로가 된다. 오늘도 난 위로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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