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시작해 볼까요?
나만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시작합니다.
바칼로레아. 생경한 단어다. 프랑스 논술형 대입시험이다.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나폴레옹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대평가로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받으면 국공립 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전공과 상관없이 프랑스어, 과학, 철학, 제1외국어 제2외국어, 사회/지리, 체육이 있고, 선택과목과 전공과목이 추가된다. 과목마다 소요되는 시간은 다르지만, 짧게는 2시간 길 게는 5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흔히 치르는 객관식 시험과는 다른 주관식 시험이다. 자신만의 길을 생각하고, 답을 만들어간다. 그래서일까? 신기한 문화가 있는데, 바로 철학 시험 문제를 각 언론과 유명인사, 시민들이 함께 토론장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만의 문제를 풀어낸다. 왜 사회 전체가 나서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꿈은 필요한가?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철학자는 과학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예술 없이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가?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인가?
기술이 인간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시간은 반드시 파괴적인가?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
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가?
질문이 묵직하다. 답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만 필요한 질문이 아니다. 우리 삶을 관통하는 물음이다. 질문을 하고 답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퍼진 문화는 아니다. 중,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질문을 하기보다는 한 방향으로 흐르는 지식이 있을 뿐이다. 대학원쯤 되면 질문을 해야 하고, 답을 하는 훈련을 받는다.
과거를 돌아볼까? 이른바 세계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질문은 하는 이들에게 각자에게 맞는 답을 돌려주고, 다시 받는다. 질문과 답하는 과정이 곧 앎의 확장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가 된다. 물론 자신만의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겠지만, 우리는 생각과 암기의 비율을 보면, 암기 쪽으로 너무나 기울어져있다.
어떤 질문은 평생 한 사람이 매달려 풀어내기도 한다. 불교의 선사들이 꽉 쥐고 있는 화두가 그렇다. 또, 과학자들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평생 연구에 매달려 산다. 특별한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일 같다.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이 질문은 가치 없는 것일까?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일도 바쁘고, 먹고살아가는 일이 중요한 이 시점에 저따위 질문이 중요하다고 밀어낼 수 있다. 그것부터 질문이 되겠다. "질문이 바쁜 삶 속에서 필요한가?" 정도가 될까?
이런 와중에도 질문이 필요하고, 나만의 답을 적어내는 과정 속에 나를 찾아가는 일이 되리라 믿는다. 유행가의 한 구절처럼 들리는 '나도 나를 잘 모른다.'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만의 답을 적어가야 한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나만의 바칼로레아 시험을 내고, 답안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같은 질문을 시간이 흐른 뒤, 적고 나서 비교도 해보려고 한다. 괜히 두근거린다. 어떤 질문이 있고, 내가 어떤 답을 할까? 다른 분들과 나누며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일이 궁금하다. 나 혼자 하는 일이 누군가 마음에 질문의 씨앗으로 남기를 바라본다. 아무리 바쁜 순간이라도, 짧은 틈 속에서 나를 찾는 기회가 되고, 시간이 더 흘러 돌아보며 내 생각의 변화를 읽어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질문은 기억하고 한 주 동안 답을 적어내려고 한다.
자! 시작해 볼까요? 이번 질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