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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Nov 17. 2023

야구 스카이박스를 가보셨나요?

한 방향을 보니, 좋더라.

야구 스카이박스를 가보셨나요?


  야구가 끝났다. 29년 만에 LG 트윈스가 우승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응원하는 팀이 없던 터라, 축하하는 모습, 기뻐하는 순간이 마냥 좋았다. 지금을 오래도록 기다린 이들을 뒤로하고, 채널을 돌렸다. 갑자기 잊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맛있는 음식은 나중에 기다렸다 먹어야지'라는 마음 탓에 밀어둔 글감이 이제야 떠올랐다. 지난달, 스카이박스에서 야구를 봤다. 대학교 모임에 야구에 진심인 친구가 한 명 있다. 아니다. 정확히는 두 명이다. 그녀는 쌍둥이다.


  그들은 SSG 랜더스 팬으로 구단 멤버십 회원으로 아마 Legend가 아닐까 추측한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그들 덕분에 두 번 편안한 자리를 잡아 보기도 했다. 맛있는 치킨과 시원한 바람, 흥미진진한 경기에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분위기가 좋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또, 볼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이 커지는 기회가 왔다. 회사 복지로 추첨을 통해 야구장 스카이박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선정되었다는 연락. 규모가 크기에 10명은 너끈히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며, 친구들을 모으고 있었고, 초대를 받았다. 인터넷을 검색한 그곳은 야구를 보기에 최적이었다. 언제 또 해볼까 라는 생각에 나는 시간을 정리하고, 기다렸다.


스카이 박스 가는 길.


  그녀들의 친구까지 합세해 10명이 하늘에 있는 특별석으로 가게 되었다. 티켓팅하는 곳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응원곡이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따라가니, 점점 커진다. 노래 박자에 맞춰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렸다.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이 교차하는 이들이 보인다. 손을 번쩍 흔들며 우리를 맞이한다. 환한 웃음으로 받았고 그들에게 가니, 표를 나눠준다. 기념이라며 지금부터 사진 세례를 받는다. 경건하게 기록을 남기고 입구로 향했다.


  표 확인은 하더니, 사람이 모여있는 입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직원과 직원이 안내를 이어가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니, 또 다른 직원분들이 안내를 하신다. 무선으로 교신하신 걸까? 바로 방으로 안내를 하신다. 고개를 비장하게 끄덕이고는 놀라지 않는 척 자리를 옮겼다. 


  문을 열었다. 탁 트인 모습에 마음도 시원해진다. 들고 있던 짐을 자리에 놓고는 서로 원하는 먹거리를 사러 흩어졌다. 얼마 뒤, 가득 채워진 상만큼 마음이 넉넉해졌다. 누가 선발투수인지, 타자 순서는 어떤지를 살피며 서로 스코어를 예측했다. 물론 승리는 SSG 랜더스로 통일했다. 몇 가지 경기 전 행사가 진행되더니, 홈팀 원정팀 자리가 이내 가득 채워졌다. 


채워지는 야구장


  사실 스포츠를 정밀하게 보려면 조용한 곳에서 TV로 보는 게 좋다. 내가 보지 못한 각도를 촬영해 보여주고,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얹어주니, 야구가 생생해진다. 하지만, 왜? 스포츠를 경기장에서 볼까? 무슨 이유에서 재미있을까? 응원을 함께 하며 소리치는 일도 이유가 될 테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것도 이유다 된다. 모두 한 방향을 보는 모습을 보니, 다른 이유가 하나 떠오른다. 


  서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한다. 시작은 비슷한 지점에서 했지만, 이제는 참 멀어졌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이 폭은 점점 멀어질 테다. 한 곳을 바라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시작했던 시절이 얼마 전 같지만, 이제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아쉬운 점도 있고, 그들 덕분에 내가 알지 못한 세상을 알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다. 


  간격이 멀어지는 만큼, 서로의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도 길어질 테다. 하지만, 스포츠는 한 곳 보게 한다. 경기장, 선수, 공. 우린 어디에 서있던, 스포츠 덕분에 한 방향을 보게 된다. 함께 소리치고, 함께 실망하고, 함께 숨을 죽이고 경기를 본다. 승리에 환호하고, 패배에 잠시 슬퍼한다. 갑자기 우린 예전으로 돌아가 함께 있게 된다. 멀어졌다고 생각한 친구들과 함께이게 된다. 경기장에서 보는 스포츠가 좋은 이유가 마음에 새겨진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전광판이 번쩍인다. 시작인 모양이다. 플레이볼이 외쳐지더니, 경기가 시작되었다. 응원 곡을 더듬거리며 따라가 본다.  오늘 경기는 어떤 결말에 도달할까? 확실한 건, 오늘 경기에서 친구들과 공 움직인 하나에 비슷한 소리를 칠 것이고, 한 방향을 보게 될 것이다. 소리쳐 SSG 랜더스를 응원해 본다. 친구들과 함께, 한계는 없고, 놀라운 랜더스의 경기에 몸을 맡긴다. 



덧붙임

    SSG 랜더스가 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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