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커피문고.
독립서점, 커피문고 영업을 종료합니다.
독립서점의 마의 구간이 있다. 2년이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월세 계약이 보통 2년이라서 그렇다. 2년 동안 착실히 운영한 뒤, 먹고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멈추게 된다. 서점뿐 아니라 자영업이라고 하는 대부분이 2년이 고비라 생각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마음이 텁텁하다. 2년 전, 동생과 나는 의기 충천해 시작했다. 책을 선택하고, 나름의 큐레이션을 했다. 지역 문화를 보급하고 동네 사랑방이 되기 위해 모임을 열고, 전시를 했으며, 공연도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바쁘게 달렸다. 열정에 가려져 있던 고민은 슬금슬금 자라더니, 마음을 짓눌렀다.
"버틸 수 있을까?"
겨울이라 추워진 탓일까? 경기가 좋지 않아 모두들 주머니를 닫은 탓일까? 아니면, 우리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일까? 손님은 줄어들었고, 정성을 담아 만든 모임은 연이어 손님을 모을 수 없어 닫았다. 거기다, 집주인은 물가 상승에 맞춰 아니, 그보다는 조금 높게 월세를 올리겠다는 말이 우리의 고민을 바로 꺾어버렸다. 물음표는 마침표로 바뀌었다.
"버틸 수 없다."
시작은 많은 분들의 성원을 듣게 되니 어렵고 힘들더라도 즐겁게 한다. 반대로 물러갈 때는 걱정 어린 눈빛을 받으니 힘들다. 시간을 붓고, 마음을 담은 공간을 허물어지니 더 고달프다. 끝내는 일에도 할 일이 많다. 부동산에 가게를 내어놓고, 장비도 정리해야 한다. 작가님들의 위탁을 받은 책은 돌려드려야 하고, 우리가 산 책들은 그들의 자리를 찾아주어야 하기에 마음이 바쁘다.
동생의 손이 딱 맞아간 장비들은 떼가 묻었다며 꺼리는 장비가 된 모양이다. 고르고 고른 장비는 분해된다. 기능도 가치도 그대로이지만, 가격은 절반이 훌쩍 넘게 깎여 나가 너덜거린다. 소중하게 고른 책은 꿔다 둔 보릿자루가 되어 창고에 자리를 찾아야할 지경이다.
2년 동안 남은 건 너절해진 기계와 아무도 찾지 않은 책만 남은 것일 뿐일까? 동생은 담담한 마음으로 가게를 정리해 갔다. 힘껏 돕지 못해 이런 지경에 도달했는지, 내가 게을러 길을 찾지 못한 일인지, 마음이 따갑다. 날짜를 정하고 나에게 알렸다. 글을 쓰겠노라. 이 순간을 기록해두고 있겠다 알리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오프라인으로 오시는 단골 분 몇 분에게는 미리 알려드렸다. 다들 자신의 실패 이야기, 다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당신은 아직 젊다. 실패가 아니고 과정이니 걱정 말라고 기원을 남기신다. SNS에도 우리의 끝을 알리니, 자신의 일처럼 우리의 다음을 응원하고 아쉬움을 진하게 남긴다.
남은 게 있다. 사람이 남았다. 그들의 진심이 담긴 마음이 남았다. 완전한 끝일까? 단골손님의 말처럼 우린 실패가 아니라 과정을 겪고있는 것일까? 단지 하나의 매듭을 짓고 있다 되뇐다. 우리 삶 속에서 자주 있을 매듭이 지어진 일이 뿐이라 스스로를 다독인다
나도 동생의 독립서점 덕분에 많은 분들은 만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몸에는 글 쓰는 습관이 붙었고, 책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너덜해 보이던 물건들 뒤에는 우리의 경험이 남은 모양이다. 완전히 끝이 아니다. 조금 더 경험을 쌓고 다시 돌아오겠노라 다짐을 할 뿐이다.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음에 커피문고의 열매를 심어 다시 키울 날을 기다려본다. 그날이 오면, 우리 커피문고에 마음을 써주신 분들을 모아 다시 대접해드리고 싶다. 그대의 마음이 비료가 되어 지금까지 올 수 있다는 판에 박힌 말을 하며 말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커피문고 시즌 1이 종료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커피문고 시즌 2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 커피문고."
덧붙임
1월 31일까지 운영됩니다. 커피문고를 지탱해온 동생에게 댓글로 응원을 해주신다면, 정리해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