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추천해 드릴까요?
책 찾다 길을 잃으면 만나고 싶은 서점. 로우북스
책 추천은 어렵다. 동생이 독립서점을 하며, 책추천에 대한 고민을 한참 함께 한 적이 있다. 같은 책을 같은 사람이 읽지만, 시간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독서하는 힘은 어느 정도 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스스로를 파악하는 일도 어렵고, 곁에서 알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또, 추천하는 책의 자료가 머릿속에 가득해야 한다. 추천받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을 권할 수 있다. 여러모로 책 추천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와 몇 가지 질문을 주고 받고 확신에 찬 추천을 받으면 어떨까? 이번에 추천 받은 느낌을 받아 왔다. 망원동을 거닐었다. 도착지는 <로우북스>다.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책들이 보이고,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로우북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점지기의 쾌활한 목소리를 담은 문장이 나아왔다.
"책 추천해 드릴까요?"
어떤 손님은 조금 더 둘러보겠다는 말로 답을 했고, 어떤 분들은 흔쾌히 고객을 끄덕였다. 평소 책 추천이 어려웠던 나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독서이력을 물어본다.
"최근에 무슨 책 읽으셨나요?"
3권의 책 이름을 듣고는 서점지기는 능숙하게 2권의 책을 뽑아 든다. 결이 비슷한 책과,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이다. 빠르게 짧은 줄거리를 설명해 주고는 몇 페이지를 읽어보라 한다. 자신감 넘치는 말, 군더더기 없는 선정. 책을 받아 든 이는 잠시 몇 페이지를 읽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책을 업어 간다.
낮게 읇조렸다. "나도 추천받으면 좋겠다."
작게 말한 소리를 들었을까? 소담한 공간이라 귀를 쫑긋 세우고 계신 걸까? 나에게도 기대하던 질문이 날아왔다. "책 추천해 드릴까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추천을 부탁드렸다. 같은 질문이 날아들었다. "최근에 무슨 책 읽으셨나요?"
난 질문을 바꿔 들어, 눈앞에 보이는 책보이는 책 중 재미있게 읽어 마음에 남은 책을 가리켰다. <불편한 편의점>. 뒤이어 서점지기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짚었다. 읽었다고 했다. 서너 번의 티키타카가 이어졌다. 아니, 무림 고수들이 합을 나누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책 한 권을 내놓는다. "읽으셨나요?"
"네 읽었습니다."
"이거는요?"
"좋았습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그렇지요? 그럼 이 책은요?"
합을 나누고 나니, 자신 있게 꺼내든 책이 있다. <천 개의 파랑> 서점지기의 말에 읽어볼 생각은 접어두고 당장 사겠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간의 합에서 느껴진 믿음이 신뢰로 이어지더니, 구매에 도착했다. 이름을 물으시고는 내 이름을 적어둔 스티커 한 장을 건넨다.
두근거린다. 어떤 내용이 기다릴까? 서점지기의 내공에 감탄하며 집으로 가 얼른 책을 읽고 싶어 진다. 다 읽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로우북스"로 가 서점지기와 대련을 하고 싶다. 책을 찾다 길을 잃게 되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 시간 동안 서점지기는 어떤 책들을 읽어두고 분류를 하며 나를 기다릴까? 기대가 커진다.
"로우북스"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단단해지는 3가지의 단어를 손에 쥐고 있었다. 휴식, 사유 그리고 확장. 책에는 위안과 희망이 있다. 가만히 앉아있다고 휴식이 아니다. 상처를 보고, 깨닫는 일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 되리라. 위로가 되는 책을 준비한다.
사유.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사유를 잊고 산다. 생각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고 끌려 다닌다. 나를 지켜내는 힘을 키우고 찾아가는 일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확장. 타인과의 생각을 비교하며 내 생각을 자라나게 한다. 생각과 생각이 만나 또 다른 생각을 만드니, 이는 사유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로우 북스는 3가 지우 우리를 단단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