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Jan 09. 2024

책 없는 독서모임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취향을 나누고 견고하게 지켜낸다.

책 없는 독서모임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독서모임을 매주 기다린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싶고, 좋은 문장을 책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다. 가끔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책을 읽지 못한 날이 이어질 때, 어쩌나 싶다. 다행일까? 책 친구 중 한 명은 꼭 책을 읽어오니,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예외 상황이 있다. 모두들 책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날.  약속이라도 한 듯, 책 이야기는 뒤로 밀려나는 날이다. 그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책은 사라진다. 책은 앞에 있지만, 책이야기는 없다. 최근에 본 드라마부터 인생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까지 얼기설기 이어진다. 


  시작되었다. 책 없는 독서모임. 오늘 모임의 이야기는 "인생 영화는?"라는 질문에 도착했고 이야기가 쌓여갔다. 따로 약속한 적도 없지만, 우린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내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볼까?



  책친구 1: 헤드윅

  책친구 2: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 소공녀

  책친구 3: 암살, 소공녀

  Starry garden: 매트릭스, 대부 (이전에 다른 글로 대부를 인생 영화로 글을 적었으니 이번에는 매트릭스를 홍보하겠습니다)



  헤드윅은 경계인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성별의 경계에 서있다. 그들은 소수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자신도 어디에 속하지도 못하니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다. 나를 찾기 위해 방황한다. 우리 삶 전체에서 때때로 소수자로 느끼는 기간이 있다. 주위에 있는 누구와도 섞이지 못하는 경계인. 그들의 고뇌는 위로가 된다. 


  소공녀를 몇 문장으로 적어내면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집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이야."다. 주인공은 집은 없어도 취향을 지킨다. 하루에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 세상이 정해 놓은 궤적이 있다. 벗어나면 일제히 포문은 연다. 당신 위험하고, 인생이 망해가고 있다고. 주인공은 그래도 자신의 취향을 지켜내며 버텨낸다. 자신만의 취향이 있는 일도, 그 취향을 견고하게 지켜내는 일도 멋지다고 한다.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은 힐링 영화다. 세상에 뜻 대로 되는 일이 있을까? 짧지만, 몇 번의 삶의 파고를 넘나더니 뜻대로 되는 일이 좋은 일이가 싶다. 방황하고, 잠시 쉬어가는 사계절의 우리의 이야기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이 사실 전부다. 먹고 자는 일 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멈추는 일이 괜찮다고 말한다. 바쁘게 살아갈 때, 멈추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영화다.


  매트릭스는 지적 유희가 가득한 영화다. 미래 어느 날 우리는 기계와 전쟁을 버린다. 패배한다. 기계는 인류의 몸은 도구로 만들었고, 우리의 정신은 매트릭스라는 가상의 세계에 넣었다. 가상을 진짜로 믿고 살다 깨어나는 이들은 전투를 시작한다. 영화 곳곳에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이 있다.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공상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서로의 홍보는 효과가 대단했다. 난 헤드윅도, 소공녀도, 리틀 포레스트가 있는 OTT 서비스를 찾았다. 결이 비슷한 책친구 인생에 진하게 남은 영화가 궁금했다. 시간은 후루룩 가더니, 예정된 시간을 아득히 넘어갔다. 그럴 때가 있다. 시험 기간, 공부 빼고 모두 재미있는 순간. 9시 뉴스가 흥미진진하고, 시사 프로그램 마저 예능처럼 보인다. 독서모임도 그랬을까? 책이 읽히지 않아 다른 모든 일들이 재미있어진 걸까? 이제는 그만하고 내일을 맞이해야 한다고 자리를 정리한다.


  오늘 책 없는 독서모임에서는 영화가 주제가 되었다. 다음 주는 모두들 책을 읽자며 다짐했지만, 사고처럼 우리는 책 없는 독서모임을 할지도 모른다. 책 없으면 어떤가, 우린 서로 모야 각자의 문화 취향을 이야기했고 그 밑에는 글이 있으니.. 


  아. 변명 치고는 너무 구차했다. 다음 주에는 책을 읽고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빨간약을 드실래요? 파란 약을 드실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