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폭발한 선캄브리아 독서모임.
빨간약을 드실래요? 파란 약을 드실래요?
고생대를 나누는 캄브리아기가 있다. 5억 4200만 년 전, 선캄브리아 시대가 끝나는 시기, 갑작스럽게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이 있다. 독서모임에 질문이 대폭발 할 때가 있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나고, 질문은 다른 질문을 만들어 낸다. 꼭 독서모임 질문 캄브라아기 대폭발과 같다.
독서모임의 질문의 폭발이 일어나게 한 건 <매트릭스>다. 자주 돌려 보는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30대인 두 명은 보았지만, 20대인 두 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20대 들에게 매트릭스는 아크로바틱 한 자세로 총알을 피하는 모습뿐이었다. 질문을 던지기 앞서, <매트릭스>에 대하여 짧게 알려줬다.
2199 년도. AI와 로봇이 만나 사람을 도왔다. 생산량은 높아졌고, 인간의 삶은 잠시 윤택해졌다. 시간이 흐르니, 강력한 AI와 로봇에 대한 사람 간의 갈등이 커졌다. 인간을 넘어선 힘이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의 대결 생겨났다. AI가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는 위협이 사건이 일어났다. 상상만 하던 위협이 실제 위협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그들을 꺼버리려고 했다. 에너지원인 태양을 가렸다. 실패했다. 인간과 로봇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인간은 패배했고, 그들에게 지배당했다.
태양에너지를 대체할 에너지가 필요했던 기계들은 인간을 건전지로 이용하기로 결정을 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매트릭스를 만들어 놓는 일이 기계에게 가장 효과적인 결론을 내렸다. 매트릭스. 가상현실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하는 인간이 없다. 하지만, 예외는 존재한다. 매트릭스의 이상함을 느낀 이들이 깨어난다. 깨어난 이들은 모인다. 시온이다. 그들은 언젠가 기계에서부터 자유를 쟁취하겠다 투쟁을 한다.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이들에게 먼저 깨어난 이가 선택권을 준다.
"파란 약을 먹으면, 네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돼. 빨간 약을 먹으면 끝까지 가게 된다."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책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무슨 약을 먹으실래요? 쉽지 않다. 선택 전에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묻고 묻는다. 여러 번 본 난 질문 맞춰 세계를 설명으로 이었다.
"깨어난 세계는 어떤 상태인가요?"
-> 척박합니다. 겨우 먹고 삽니다. 죽 같은 걸 먹고살죠. 기계가 언제 침공할지 모르죠.
"매트릭스에 있는 사람들은 매트릭스라는 세계를 인지하나요?"
->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파란 약을 먹으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못하고 매트릭스 세계로 돌아가게 됩니다.
"매트릭스 세계는 어떤 곳인가요?"
-> 우리가 사는 이곳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가끔 기쁜 일이 있고, 대부분 지루한 삶을 살게 되지요.
"깨어난 이들에게 미래가 있을까요?"
-> 알 수 없습니다. 무서운 세계에서 기계에게 패배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질문을 서로 주고받더니, 나눠졌다. 두 명은 파란 약, 다른 두 명은 빨간약이다. 파란 약을 드신 분들은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낼 자신이 없다고 한다. 매슬로우 욕구 단계론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안전과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삶이 두렵다고도 했다. 거기다, 매트릭스에서는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마음이 불편할 일도 없다고 한다.
다른 두 명은 빨간 간을 선택했다.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아무리 척박하더라도,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자유를 얻은 대가로 힘든 환경을 이겨내리라. 자유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이 노력하여 알려주리라. 아무리 힘들지만 누군가는 자유를 찾을 이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질문은 여기서 끝났을까 이나다. 자잘한 질문들로 이어진다. 매트릭스에서 죽은 이들은 어떻게 되느냐. 시간이 흘러가는 매트릭스는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이냐? 다시 리셋되어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것이냐? 음식 맛을 전혀 모르는 기계는 우리 머릿속에 맛은 어떻게 느끼게 하느냐. 기계는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지배하게 되었느냐?
참 오래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내어 놓으니 말하는 재미가 커졌다. 난 빨간약을 골랐다. 예전에는 주저 없이 빨간약을 골랐다. 내가 자유의 투사이자, 세상을 이겨내려는 의기가 강했다. 지금은 무척 주저하며 빨간약을 골랐다. 쉽지 않지만, 그 길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지만 가겠노라고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독서모임은 질문을 내어놓고, 뜨겁게 공상하는 일이다. 공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일까? 아니다,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평소에 하지 않던 도덕적,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된다. 그러한 사유는 단단한 마음이 되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생각하는 힘이 된다.
질문이 터져 나와 멈추지 않았다. 끝날 시간이 훌쩍 넘었다고 시계가 울린다. 질문과 답, 생각으로 독서모임이 행복한 소란이 커지기만 했다. 상상이 즐겁고, 질문과 답이 재미있다. 이 맛에 독서모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