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연극 같은 독서모임.
독서모임이 끝난 후.
독서모임이 끝났다. 책 친구 한 명이 오시지 못했고, 힘은 부족했던 모양이다. 마음을 채우는 독서모임이지만, 몸의 에너지가 부실하니 모임을 두 시간에 딱 맞춰 끝나게 했다 (평소에는 2시간을 훌쩍 넘어 3시간을 하는 일이 잦다).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갔다. 조금은 아쉬운 독서모임이 끝났다.
추운 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집으로 몰아낸 거리는 한산했다. 차 몇 없는 길을 따라가니, 떠오른 노래가 한 곡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노래다. <연극이 끝난 후>.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에 입상한 노래다. 여성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나와 재즈의 선율을 타고 흐른다. 가사가 저절로 바뀌어 들린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난 뒤, 동생과 보조 조명이 꺼진 자리에 앉아 있다. 음악소리도 이제는 껐다. 정적이 남아 있고, 어둠만이 흐른다. 독서모임은 책을 만나는 자리다. 책이 무대 위에 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우린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타고 흐르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가 보고 있는 정보를 해석해내는 연설을 듣기도 한다."
노래가 중반쯤 흐르니, 독서모임이 연극 같았다. 대본도 없는 즉흥극. 각자가 가져온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턱턱 내놓는다. 신기하다. 누가 어떤 대사를 치더라도 기다렸다는 듯 다른 이가 받아 이어간다. 그뿐인가? 대사는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라고 하니, 독서모임은 책친구들의 예술이라고 할까? 모임의 모두가 연극을 올리는 감독이자, 무대 감독이고, 한 명의 배우가 된다. 현장감과 생동감이 가득한 한 편의 연극.
연극에는 4대 요소가 있다고 한다. 배우, 무대, 관객, 희곡. 연극은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이 된다. 독서모임에서는 이름을 바꾸고, 책으로만 이야기를 나눈다. 무대는 심야책방, 가끔은 다른 곳에서 하기도 한다. 관객은 배우이자 연극을 주도하는 배우인 우리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말이 극본이 된다.
조명을 조정하고,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는 음악이 흐른다. 연극이 종합예술이라고 하니, 딱이다. 독서모임은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종합예술이다. 연극이 끝나고 나니, 다음 연극이 기다려진다. 가끔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는 연극이 아쉽다. 무대를 벗어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기 때문일까? 늘 애틋하다.
독서모임이 끝난 뒤 난 무엇을 할까? 기록을 한다. 그들이 내어 놓는 즉흥의 문장을 써두고, 마음에 넣어둔다. 돌돌 굴려 생각지 못한 글을 적어낸다. 적어두고 난 뒤에 다음 무대가 기대된다. 우린 어떤 이야기를 같은 무대에서 만들어낼까? 다음 연극을 준비하는 한 명의 배우가 되어 본다.
아~. 그전에 <연극이 끝난 후>를 한 번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