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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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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an 11. 2024

조금 주면 불안해서 많이 주고 말아.

마음을 덤으로 넣습니다. 

조금 주면 불안해서 많이 주고 말아.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시장으로 갔다. 눈이 어머니의 운전을 가로막은 모양이다. 도로에는 눈이 깔려 있다 녹았지만, 사람들이 걷는 자리에는 얄팍하게 눈이 놓였다. 평소보다 느리게 도착한 시장은 한산했다. 큰 우산 아래 어머니와 평소보다 가깝게 붙어 장을 봤다. 


  몇 군데를 돌고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단골 반찬 가게다. 먹고 싶은 반찬이 있다면 하나 골라보라는 어머니에 말씀에 곰곰 생각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주인아주머니와 대화를 시작한다. 눈은 반찬에 있지만, 귀는 두 분의 이야기에 잡혀 있었다. 


  주인아저씨가 최근에 임플란트 한 덕분에 술을 잠시라도 끊었다는 이야기, 눈이 와서 오늘은 손님이 없다는 이야기. 얼마가 흘렀을까, 어머니도, 주인아주머니도 반찬을 사고파는 일을 잊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난 문어로 만든 반찬을 고르고 대화를 나누는 분들을 지긋이 보고 있으니, 이제야 목적을 깨달은 듯했다. 


  어머니는 백김치가 있는지 물었고, 내가 찍은 반찬 5천 원 치를 주문했다. 우리가 단골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야기를 한 덕분일까? 평소에 보던 양 보다 더 많은 양이 봉투에 담긴다. 정량을 훌쩍 넘었지만, 주걱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평소 보다 많은 것 같아요."


  주인아주머니는 생활의 달인처럼 봉투를 묶으시며 답을 하신다.


  "조금 주면 불안해서 많이 주고 말아."


  불편하지만 시장이 좋은 이유가 있다. 사람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번번이 변한다. 반찬 무게도 늘 다르다. 매일 주는 이는 적정 무게가 얼마인지 일테다. 기계처럼 딱 맞춘 무게가 아니고 더 준다. 혹시나 사가는 사람이 충분한 만족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단어 사이에 있는 장면이 제멋대로 보인다. 누군가는 충분히 줬지만, 적다며 투정을 부렸을 수도 있다. 때로는 불평이 고성으로 오가는 일도 있었을 테다. 혹시나 좋지 못한 장면이 불안을 만들었을까? 그래서 조금은 더 주고 마는 일일까? 


  툭 튀어나오는 문장에는 하나의 의미만 담기지 않는다. 단순히 진상을 미리 방지하는 덤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이 주고받는 반찬에는 단순이 돈과 물건을 나눠 가지는 일만은 아니다. 물건에는 주인아주머니의 마음 담는 일이다. 그래서 정량 무게보다 더 들어가기 일쑤다. 구매를 한 이에게 충분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담는 일로 믿고 싶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웃으며 내게 봉투를 건네신다.


  "눈 오니까 돌아갈 때 조심히 가요."


  마음을 받았다.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 외쳤다. 많이 담아주신 마음에 감사하고, 충분히 주셨다고 불안한 마음은 덜어내시라는 내 마음이 전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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