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Jan 23. 2024

"업무 메일도 버겁다"는 직장인에게 내린 처방은?

'마침내' 책 읽을 결심. 그 이유는?

"업무 메일도 버겁다"는 직장인에게 내린 처방은?


  책을 읽는다. 혼자서 봤다. 오랜 시간 그랬다. 운이 좋았다. 1년 동안 독서모임을 했다. 함께 읽는 재미를 느꼈다. 인디언 속담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변주되었다. "혼자 읽으면 빨리 읽지만, 함께 읽으면 오래 읽을 수 있다." 독서모임 덕분에 많이 읽었다. 분야도 무척 넓어졌다. 책은 사람을 바꾼다. 소설을 읽으며, 공감 능력이 확장되었다. 같은 일에 다른 시선이 여럿 생겼다. 덕분일까? 두 가지 일이 생겼다. 하나는 책 추천, 다른 하나는 조언 부탁. 


  책을 소개하는 일은 어렵다. 같은 책이라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읽어온 독서 포트폴리오에 따라도 같은 책은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책은 그대로지만, 변화무쌍한 사람. 어떤 책이 좋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보일 책은 오죽하랴. 다만, 질문이 잦으니 필살기 같은 책 몇 권을 마음에 두고 다닌다.


  책이 변화한 나를 주변인이 안다. 그래서 새로운 시선을 요청한다. 답이 없는 문제에 의견을 묻는다. 나라고 뾰족한 답은 없다. 마법 같은 문장을 내놓는 일도 없다. 사실 능력이 있다면, 나부터 해결하고픈 문제가 가득이다. 듣는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책 친구들도 필살기 같은 책을 가지고 있다. 난감한 질문에 답을 하는 상황도 있나 보다. 생경한 질문을 받았다며, 책 친구 한 명이 이야기를 풀었다. 책 친구의 가까운 친구가 주인공이다. 그분은 직장인이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 메일을 쓴다. 그보다 자주 긴 문서를 작성한다. 가끔은 사람을 옥죄는 보고서 적는다. 계획에도 없는 기획서도 쓴다. 상상해 본다. 그가 작성한 문서를 쌓는다. 아마 키를 훌쩍 넘지 않을까? 기계적으로 쓸 수 있는 그분이 어느 날 업무 메일을 쓰다 멈췄다고 한다. 


  "업무 메일도 버겁다. 글을 쓰는 일이 어렵다."


  자연스럽게 매일 책을 읽는 친구가 떠올랐다고 한다. 업무가 끝나고 그녀는 책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책 친구는 한참 경청했다. 책을 읽으라고 했다. 직장인 친구는 단호한 문장으로 말했다고 한다. 


  "마침내, 책 읽을 결심을 했어. 책 추천 부탁한다."


  매일 글을 쓰는 직장인에게 입스(Yips)가 온 모양이다. 입스는 운동선수들에게 오는 현상이다. 압박감, 불안으로 근육이 단단해진다. 어린 시절부터 수천 번을 한 자세가 안된다. 야구 선수는 가운데로 공을 넣지 못한다. 골퍼는 공을 치지 못한다. 피아니스트는 손가락이 엉킨다. 기타리스트는 연주가 어려워진다. 


  입스의 뿌리는 마음에 있어 단박에 치료되지는 않는다. 입스를 극복하려 연습을 더 할수록 입스는 단단해진다. 이미지 트레이닝, 인지 행동 치료법... 방법은 여럿이지만,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글쓰기 입스에 걸린 직장인. 책 읽는 이가 권고한 처방은 책 읽기다. 


  글쓰기 입스. 처방전 책 읽기. 곰곰 생각해 봤다. 어떤 글쓰기도 상관없다. 문장과 단어가 있어야 쓸 수 있다. 천재도 읽어야 적을 수 있다. 완전히 창조란 없다. 직장인 글도 모두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보고서는 시시때때로 달라야 하고, 기획서는 물론이다. 


  추천한 책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 직장인은 입스가 치료될까? 고민을 하다 읽다만 책을 꺼내든다. 어깨 긴장을 푼다. 책을 읽는다. 글감이 떠오른다. 제목을 적어둔다. 글을 쓴다. 다음 독서모임에 물어봐야겠다. 입스 첫 처방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년 독서 모임. 책 시상식을 거행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