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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나온 대로 했는데, 실험이 안 된다면?

퍼즐 맞추기가 시작됩니다.

by Starry Garden
논문에 나온 대로 했는데, 실험이 안된다면?


연구를 했다. 전공은 환경에너지공학이다. 화학과 생물학을 기반으로 폐수 처리를 공부했다. 대학원 6년, 회사에서 2년 동안 실험했다. 공학이라고 해서 모두 실험을 하는 건 아니다. 환경에너지공학에서도 실험을 하지 않는 분야도 더러 있다. 난 그 더러가 아니었다.


실험은 고되다. 두 가지가 원인이다. 하나는 마음이 힘들고, 다른 하나는 몸이 힘들다.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실험도 마음처럼 되는 경우는 드물다. 마음을 조리며 결과를 기다린다. 잘 안되면 원인을 찾지만 쉽지 않다. 물을 다루는 일이라, 무겁다. 폐수라 더럽기까지 하다. 냄새가 코를 마비시키고, 독한 약품이 눈을 따갑게 한다. 하루종일 하고 나면 참 고단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논문에 실험 방법이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어렵냐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일을 하며 엄살 부리는 거 아니냐고. 엄살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논문에 있는 실험 방법 대로 해도 안 되는 일이 많다고 말하고 싶다.


그 말을 조금 삐딱하게 볼까? 백종원 선생님 레시피가 다 공개되어 있는데, 왜 우린 그분처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걸까? 그와 비슷하다. 레시피로 있는 논문이 있지만, 그대로 해도 잘 안된다. 희한한 건 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해도 잘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뉜다.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왜? 다를까? 논문에 나온 대로 했는데, 실험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그건 바로 논문에 이유가 있다. 논문의 구성은 대략 다음과 같다.


"초록-서론-재료 및 방법-결과 및 토의-결론"


순서가 다른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위의 구성을 따른다. 실험은 재료 및 방법을 보며 한다. 우선 모두 적을까? 아니다. 적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다. 논문의 길이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럼 자세하게 적어내지 못한다. 결과와 토의에 더 많은 지면을 줘야 하니, 재료 및 방법이 줄어든다.


쓰는 사람에 따라 같은 방법도 다르게 적힌다. 사람에 따라 너무 당연한 부분이라 생각해 빼기도 하고, 어떤 분은 강조하기도 한다. 실험은 손으로 하는 일이라 노하우의 영역이 된다. 글로 다 옮겨 적는다 해도,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글로 모든 것이 전수된다면, 현재 스승과 제자 시스템인 대학원은 사라질 테다. 이래서 같은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기도 하다. 두 가지 방법으로 극복한다.



문제를 마주했다. "논문에 나온 대로 했는데, 실험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논문에 실험의 모든 것을 적어내지 못한 덕분이다.


대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퍼즐 맞추듯 많은 논문을 읽고 채워 넣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경험자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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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린 어떤 방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답이 싱거울 수도 있다. "논문을 읽고 정리하라"다. 편한 길, 왕도가 있으면 알려드리고 싶다. 하지만 8년 동안 실험을 하며 느낀 점은 그런 건 없다는 사실이다.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비슷한 실험을 한 논문을 정밀하게 비교하는 일이다. 이건 퍼즐 맞추기에 가깝다. 앞서 지면이 제한되어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마다 실험에 중요한 점이 다르다. 그러니, 각자의 기준으로 적어둔 재료 및 방법을 쭉 나열하고 보면 서로의 빈틈을 채운다. 이 방법으로도 퍼즐을 모두 맞출 수는 없다. 하지만, 하다 보면 내가 실험 중에 놓치고 있는 부분이 보인다.


다음은 경험자와 이야기하는 일이다.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고, 노하우의 영역은 대화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하는 실험을 미리 해본 이가 있다면, 축복이다. 학교 선배라면 묻는 일이 쉬울 테다. 정 없다면, 학회에서 발표장에서 질문하면 된다. 그것마저 어려우면 발표가 끝나고 그를 찾아가 여쭤봐도 된다. 대부분(아닌 사람도 있다. 경험상으로는 무척 소수다) 자세히 설명해 줄 테다. 내가 실패를 거듭하며 했던 고민을 말해라. 반드시 알려준다. 알려주지 않는다? 그럼 다른 연구자 발표를 기다리자.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내가 논문으로 퍼즐을 충분히 맞추고, 실험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고 난 뒤, 물어야 한다. 논문 몇 편 읽고, 고민 없이 가면, 어디서부터 알려줘야 할지 모른다. 나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모른다. 경험자는 안다. 마지막 퍼즐 하나를 얻으러 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다른 이가 맞춰 줄 수는 없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삶 한 조각이 들어간 연구를 귀하게 여긴다. 누군가 진심으로 관심을 자기고 묻는다면 정말 다 알려주고 싶어 한다.


난 두 가지에서 길을 찾았다. 내 실수가 보이고, 내 습관이 보였다. 교정했다. 단박에는 안된다. 그래도 퍼즐을 맞추다 보면 실수가 보였고, 경험자와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았다. 지금 어디엔가 막혀있다면 시도해 보자. 그러면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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