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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30. 2022

그녀의 덕질을 응원합니다

덕질 장점 세 가지

덕질 장점 세 가지


여자 친구는 14년 동안 샤이니 팬이다. 샤이니는 다섯 명으로 구성되었있는데, 온유, 종현, 키, 민호, 태민이다(순서가 중요하다. 나이순이고, 공식석상에서는 소개는 이 순서를 따른다). 그들은 2008년에 데뷔한 15년 차 중견(?) 아이돌이다. 여자 친구의 최애는 '키'이다.


샤이니의 대표곡으로는 <누난 너무 예뻐>, <Ring Ding Dong>, <LUCIFER>, <Sherlock>, <View>, <Don`t Call Me>가 있다. 키는 솔로 활동도 하는데, <Hate that...>, <BAD LOVE>가 있고 2022년 08월 30일에는 새로운 앨범을 발매한다. 위의 글은 14년 차 팬인 여자 친구에게 검토를 받은 것이니 틀림없다. 


SMTOWN LIVE 2022


2022년 08월 20일은 중요한 날이었다. 험난한 코로나가 가로막은 스타와 팬 사이의 장애물이 치워진 날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은 무려 5년 만이다. 바로 <SMTOWN LIVE 2022>이다. 나는 콘서트 후 그녀를 집까지 무사히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10시쯤 도착한 수원 월드컵 경기장은 퇴근길 올림픽 대로를 연상케 한다.

여긴 4차선 도로이고 두줄로 주차가 되어있다.

30분 동안 주차할 곳을 겨우 찾았다. 콘서트장까지는 걸어서 족히 10분.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그렇게 열기와 소리는 콘서트장으로 가까워질수록 뜨겁고 커졌다. 도착한 그곳에서는 지역 축제처럼 노란색 천막을 치고 의자가 길게 놓여있는 간의 식당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힙하기 이를 때 없는 푸드트럭이 줄지여 있다.


기다리는 와중에 핫도그를 하나 사서는 앉아 먹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핫도그를 반쯤 먹었을까 문자가 왔다. 카톡이 아니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관객이 삼만 명이 와서 인터넷이 안 되는 탓이라고 했다).


"콘서트 시작이 지연돼서 늦게 끝날 것 같아."


간단히 답장을 하곤 자리를 잡아 앉았다. 열기와 환호성은 밖에 있는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열정을 온몸으로 맞아 내며 생각하게 된 게 있는데, '덕질의 장점은 무엇일까'이다. 생각을 정리하니 크게는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한다.


1.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K팝은 더 이상 한국, 동아시아에 머물러 있는 지역적 현상이 아니다. K팝은 현대 문화를 이끈다고 하는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문화의 중심이라는 유럽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더 이상 소수의 팬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2019년 GDP의 0.2%를 아이돌 산업이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창출한 경제적인 가치는 46억 5,000만 달러(5조 1,800억 원)에 달한다.


경제적인 가치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일조한다. 이른바, 미제, 독일제, 일제에 믿음이 가 듯 'made in Korea'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데도 기여한다. 신뢰와 브랜드 가치는 소프트 파워다. 소프트 파워는 그 힘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중한 가치이다. 돈이 많다고 모두에게 존중받는 게 아니듯, 소프트 파워는 그 나라의 격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K팝을 이끄는 이들을 키워내는 시작은 바로 우리나라의 팬덤이다. BTS라는 그룹의 시작도, 샤이니의 시작도 모두 작은 팬덤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을 키워낸 것은 다름 아닌 덕질을 한 모든 이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그룹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워낸 것이고, 경제적 활성에 기여한 셈이 된다.


덕질은 단지 그들의 문화생활 향유가 아니라 한국 경제에 활성화에 기여한 셈이 된다.


2. 삶에 활력소가 된다.


사랑하는 아이돌이 있다는 건, 개인적으로 무척 좋은 일이다. 직장에 지친 이들, 학업에 지친 이들이 유튜브를 켜 그들의 열정적인 공연을 보면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옆에서 관찰한 결과도 그러하고, 그녀의 친구 중 덕질하는 모든 이들이 보인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들의 일상이 나온 인스타그램이나, 그들이 나오는 예능은 현실의 힘든 일들을 잊게 한다.


그들이 잊게 한 현실에서 팬들은 행복하며, 즐거워진다. 바로 충전이다. 충전된 힘은 현실로 돌아와 쓰게 되니, 바로 삶의 활력소가 된다.


덕질은 그 무엇보다 개인 삶에 활력소가 된다.


3. 함께 성장한다.


함께 성장한다를 세분화하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들에 자극되어 자신이 성장한다는 것. 그들의 성장에 기여하며 함께하는 성장을 체험한다는 것.


아이돌들은 심한 경쟁을 하며 산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탈락하고 비정하게 잊혀 사라지기 일쑤다. 그런 환경에서 버틴 이들은 참 부지런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다.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키'가 그러하다.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예능의 고정 출연자인데, 그의 능력이 빛이 난다. <놀라운 토요일>을 간단히 설명하면, 노래 한 부분을 듣고 받아쓰기를 한다. 맞췄을 때는 전국에서 올라온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틀릴 때마다 그 양은 줄어든다. 노래가 중심이 된 예능이니, 노래를 부르거나, 노래에 따라 춤을 추기도 하는데, 키는 대부분의 노래와 안무를 기억한다.


게스트로 아이돌이 나온다면, 여지없다. 그들과 함께 춤을 추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다. 또, 한번 본 안무를 로 따낸다(춤을 보고 추는 걸 보고 따낸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의 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아마 새로 나온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보며, 연습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건 물론, 운이 작용했겠지만, 말 그대로 피가 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속적인 노력 끝에 성장한 것이다.


그런 아이돌의 일상을 보고 있으면, 내 몸도 움직이게 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걸 함께 하기도 한다. 샤이니 키가 텃밭을 가꾸자 여자친구는 화분에 바질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행위가 바로 내 성장으로 이어진다. 함께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내 성장 스토리의 지표가 된다.

샤이니가 2008년 데뷔했을 때, 아이 같았던 그들은 어느덧 중견(?) 아이돌이 되어 후배들을 이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여자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직장생활을 한다. 함께 세월을 보내며 그들의 성장 시점마다, 자신의 성장이 겹쳐지니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 간 셈이다. 이 또한 함께 성장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돌의 성장을 함께 한다. 말 그대로 함께 한다.

바로 BTS가 그 예시가 된다. 그들은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 되었다. 그들의 팬덤인 '아미'가 BTS의 성장을 함께한 것이다. 미국에서의 인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빌보드 핫 100에는 라디오 방송 점수 30~40%를 차지한다.


라디오에 신청곡으로 많이 들어와야 하는 건 물론이고, 많이 재생되어야 한다.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는 영어나 스페인어가 아닌 노래를 틀기가 어렵다. 청취자가 알아듣는 노래를 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벽을 넘은 건 BTS 혼자가 아니라 아미가 같이 했다.


라디오 DJ에게 요청하는 건 물론이고, BTS를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더해, 아미는 DJ와 교류를 해서 노래를 틀게 한 것이다. 그 일을 아미가 적극적으로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팬덤은 BTS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바로 함께 성장한 것이다. BTS를 함께 만들어 간 것이 팬이고, 그들은 곧 BTS다. 그러니 BTS의 성장은 팬의 성장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곤 삼성 노트에 옮겨 적고 있으니, 폭죽이 터진다. 콘서트의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일 테다. 그렇게 10분 정도 흐르니, 다채로운 응원봉을 들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PEARL NEO CHAMPAGNE색의 응원봉 (형광색 네모, 믐뭔봄 => 응원봉의 'ㅇ'을 'ㅁ'으로 바꾼 게 아닐까 한다)는 'NCT', 파스텔 로즈 색을 내는 경광봉 같은 긴 형태는 '소녀시대', 흰색의 마른모(에리디 봉)는 'EXO', 펄 아쿠아 블루 색에 다이아몬드 형태를 가진 '샤이니'까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녀를 찾았다. 응원봉을 높이 흔들며 나타는 그녀는 투다닥 하며 내쪽으로 왔다.


"이제 가자. 재미있었어?"


"응 오랜만에 보니까 좋았어. 그리고 키랑 민호가 팬 있는 쪽으로 인사도 하고 손도 흔들어 줬다. 기분 좋아!"


"팬서비스 좋다. 장수한 이유가 있네."


그녀의 즐거운 모습을 보곤 속으로


'당신의 덕질을 응원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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