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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29. 2022

대박 사건, 친구가 딸을 낳았다?

각자의 장단이 있다.

대박사건, 친구가 딸을 낳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친구 아내가 아이를 낳았다. 아주 이쁜 딸이다. 친구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에 순산을 알리며 올린 사진은 이쁘기 그지없는 생명체 하나가 오물거렸다. 참 이뻤다. 친구들은 앞다퉈 선물을 보냈으리라. 지금의 선물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삼촌임을 알리고 싶었을까? 나는 강한 인상을 남겨야지 싶어, 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에서 놀란 사실은 참 비싸다는 것. 이쁜 친구 딸이라는 콩깍지는 가격도 보이지 않게 하더라. 그렇게 한 시간을 돌며 고민 끝에 산건 자그마한 조끼. 다른 옷을 입을 때 걸쳐 입을 수도 있고, 이제 곧 가다 올 가을을 대비라는 기능적 측면도 있으며, 귀엽다는 심미적 측면을 모두 만족한 제품이었다. 거기다 면으로 되어 있어 예민할 수 있는 아기에게 안전하기까지 하다.


다음날 직접 전해주겠노라 하며 약속을 잡았다. 그날은 산후조리원을 나오는 날이란다. 일찍 와서 차 한잔 마시자는 친구에게 '콜'을 외치곤 카톡으로 주소를 받았다.


다음날 친구와 안부를 묻고 짧은 잡담을 하고는 얼른 선물을 주고 아내에게 가보라 했다. 이제 돌아가려고 차에 오니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이제 집 가는데, 아기 한번 보고 갈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어."


"와이프가 불편하지 않으시겠어?"


"그런 성격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 기다려 금방 간다."


처음으로 마주한다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친구 아내에 품에 싸여 나온 그 친구는 아주 자그마했다. 눈을 아주 천천히 깜빡거리며 나와는 눈을 마주친 못한다. 신기하다.


친구 아내는 나에게 영광스럽게도 터치를 허락했다.


손끝에 전해오는 찌릿함은 집을 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각자의 장단이 있다.


이제는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 친구와는 대학교 때부터 친구다. 대학교 4년을 함께 다녔고, 대학원 석사과정도 같은 실험실에서 했다. 그와 나의 인생의 출발은 비슷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안정적인 공무원이고, 결혼을 했으며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반면에 나는 불안한 직업을 가졌으며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았고, 아이의 아버지도 아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장단이 있다. 몇 살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몇 살에는 회사에 가며, 몇 살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 또 몇 살에는 아이를 낳고 몇 살에는 승진을 하며, 몇 살에는 은퇴를 한다. 나와 시작이 같은 그 친구는 사회에 정해 놓은 장단을 충실히 따른다. 어른들이 보기에 무척 안정적이고, 잘 산다는 인정을 받을 장단이다. 반면 나는 사회가 정해 놓은 장단과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이번에 아이를 보며 한번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 친구의 장단과 내 장단의 차이를.


불안할 법도 한데, 지금은 그렇진 않다. 아마 사회의 장단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아직 내 장단이 멀어진 건 아니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사회가 정해 놓은 장단으로 돌아가지 못할 때가 오면 그 불안은 커질까?


유명한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셨다.

내가 70년 넘게 살아보니까, 남한테 장단 맞추지 말아 북 치고 장구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야.

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마치 정답처럼 보이는 장단과는 멀어지고 있다. 내가 만든 장단을 홀로 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 말처럼, 치다 보면 누군가 같이 치리라. 혼자 치더라도 내 장단을 글로 남기면, 후에 나와 비슷한 장단을 치는 사람이 "누군가 이런 장단으로 춤을 췄구나. 나 혼자만의 장단이 아니었어"라며 안도하길 바란다.


홀로 장단을 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친구의 딸은 무척 귀엽다. 얼른 눈을 맞추며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카 바보 예약이다. 대화하는 그날이 온다면, 그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희 아버지 대학 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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