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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27. 2024

똑부, 똑게, 멍부, 멍게 중 난 어디에 있을까?

나는 부지런히 일을 망치고 있는 사람?

똑부, 똑게, 멍게, 멍부 중 난 어디에 있을까?


    똑부, 똑게, 멍게, 멍부. 상사의 유형이다. 들어본 적이 있을까?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있긴 있었다. 갑자기 떠올라 검색을 해보니, 독일 군대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한다. '똑'은 똑똑한, '부'는 부지런한, '멍'은 멍청한, '게'는 게으른 이다. 


  독일 장군이 한 말을 직접 들어볼까?


"나는 내 장교들을 영리하고, 게으르고 근면하고, 멍청한 네 부류로 나눈다. 대부분은 이 중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리하고 근면한 이들은 고급 참모 역할에 적합하다. 멍청하고 게으른 놈들은 전 세계 군대의 90%를 차지하는데, 이런 놈들은 정해진 일이나 시키면 된다. 영리하고 게으른 녀석들은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으므로 최고 지휘관으로 좋다. 하지만 멍청하고 근면한 놈들은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장군이 한 말과 분류는 현재 직장에 자연스럽게 적용된 모양이다. 난 이런 분류표를 보면 다른 사람을 분류하기 전에 전에 나에게 적용해 본다. 난 어디에 서 있는지 보면 나를 알아가는 기회가 된다.


  난 어디에 있을까? 부지런한 편이다. 아니, 할 수 있는 게 부지런한 것뿐이라서 그렇다. 특별히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지런하게만 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니, 부지런한 과정 뒤에 숨어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부지런만 하다는 건 그리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부지런한 멍청이는 주위 사람을 정말 불편하게 할 뿐이다. 


  능력은 충분하지 않지만, 성실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며 지냈다. 알면서도 오해했다.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무언가를 한다. 하지만, 보통 필요 없는 일을 하며 산 모양이다. 거기에 그치면 다행이다. 보토 멍청하니, 일이 잘될 일이 없다. 망친다. 나서서 일을 망치는 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최악은 스스로가 똑부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난 똑부라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께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귀를 쟁쟁하게 한다. 내가 멍부라고 확실하게 느낀 점은 자주 하는 말 덕분이다. '하면 된다' '그냥' '무조건', '노력'. 멍부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라 한다. 다행이다. 이 중에 난 다는 아니고, '그냥'이랑 '노력'을 자주 쓴다. 확실하다. 난 멍부다. 


  세상을 살며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며 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삶을 그렇게 깔끔하게 살 수 없다,라고 위로한다. 비겁하게 그 말 뒤에 숨는다. 어쩔 수 없다고 눈을 아래로 깐다. 그래도 부지런하면 무엇이라도 될까? 부지런함을 계속하는 꾸준함을 한다면 무엇이라도 될까 하며 지냈다. 많은 장교를 다루는 장군이 말하지 않는가? 멍청하고 근면한 놈들은 위험하므로 신속하게 제거되어야 한다. 


  내가 부지런히 하는 일이 떠오른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 쓰기.

  인스타그램에 책 리뷰 쓰기.

  유튜브에 노래 가사 필사하기.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고 있을까? 최근에 들었던 잡설이라는 폭탄 파편이 여전히 마음 어딘가 있다. 그래도 이건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혼자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다시 되뇌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내가 똑부가 아니라 멍부라는 사실을 안다는 한 가지다. 


  멍부가 갑자기, 똑부나 똑게가 될 일은 없다. 다만,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안다. 다시 한번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오직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스로가 별로인다는 걸 아니, 그걸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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