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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29. 2024

말에 힘이 생기려면 필요한 것은?

증명하기 위한 시간.

말에 힘이 생기려면 필요한 것은?


  말 통로가 많아진 요즘이다.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어 말할 수 있는 유튜브, 자신만의 라디오를 만들 수 있는 팟캐스트. 글로 자신을 내어 보일 수 있는 블로그들. 영상, 음성, 글로 우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통로가 많아진 만큼, 막대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어떤 말을 걸러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많은 길에서 범람하고 있는 말. 말에는 힘이 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힘은 큰 차이가 있다. 같은 말을 해도,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이들.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인스타그램에 책 리뷰를 쓰고, 유튜브에서 필사로 영상을 만들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나. 나도 말 통로에 작은 줄기를 만들고 있다. 말의 힘에 대한 고민을 깊게 적이 있다. 


  경험을 톺아보니, 두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공통점이 보였다. 바로 시간이다.


  첫 번째는 대학원 때다. 연구과제는 실험도 중요하지만, 보고가 참 많다. 종이로 결과를 증명하지만, 때로는 관계자가 모여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내보이기도 한다. 실험이 잘 되는 일이 드문 일이고, 처음 해보는 일에는 여지없이 실패가 가득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이로운 연구과제 성공률 98%를 보면, 실패는 양해되지 않는다. 


  연구 절반의 시간이 흘렀지만, 결과는 실패만 있었다. 겁났다. 교수님은 별일 아니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짧은 발표를 하셨고, 앞으로 보충할 부분을 말씀하셨다. 날카로운 질문이 왔다. 지도 교수님은 능숙하게 받아내셨다. 때로는 가볍게 쳐내셨다. 남은 시간을 벌었고, 실험을 본 궤도에 올랐다. 


  교수님이 관계자들에게 안심을 심어주고, 다음 갈 길을 명징하게 그렸다. 실패의 결과로 중간보고를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 그건 교수님이 지금까지 보여준 시간 덕분이다. 교수님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해오셨다. 부침이 있었을 테지만, 말을 하셨고, 늘 지키셨다. 그 덕분에 이번의 불안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다들 믿는다. 말에 힘은 지금까지의 결과에 대한 책임 덕분이다. 



  두 번째는 어머니다. 우리 집 모두가 어머니 말은 신뢰한다. 사실 신뢰라는 말을 넘어선다. 사소해 보이는 시간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신다. 약속을 시간에 30분 미리 나기 신 건 물론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하라, 어떤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내내 공부를 하라는 말도, 학교를 가기 전 늦장을 부려도 어떤 말을 하지 않으신다. 말을 줄이신다.


  답이 없는 삶의 결정을 하기 전에도 내 의견을 존중한다는 짧은 말만 하시며, 자신의 생각을 삼가신다. 반면에, 자신이 하신 말을 던진 것이 있다면, 반드시 지켜내신다. 그러니, 한 마디. 의견을 내시면, 우린 이유가 없다. 그녀의 말을 믿고 한다. 


  어머니의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시간이다. 어머니는 긴 시간 동안 말의 힘을 함부로 사용치 않았다. 말에 대한 힘을 키우기 위해 하신 말을 지켜내셨다. 한두 해를 넘어 30년을 지켜내셨으니, 그녀의 말의 힘은 우리 가족에게 강하게 작용했다. 


  공통점은 오랜 시간 동안 말을 행동으로 옮기셨다. 말을 하는 순간 듣는 이들은 말에 수반되는 행동을 떠올린다. 말이 내 입을 떠나는 순간 행동은 약속된다. 한 번 두 번 지켜내는 것으로는 믿음이 단박에 자라나지는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약속이 반복되고 지켜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의 통로가 많다. 내가 쓰는 인스타그램도, 브런치스토리도, 유튜브도 약속이다. 이제 막 약속을 했고, 지켜나가고 있다. 같은 시간에 글을 발행한다. 누가 지켜보고 있나 싶지만, 난 약속을 하며 지켜내고 있다. 처음 시작은 사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지켜낸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주변이 알게 되지 않을까? 저 녀석 매일 하고 있구나, 꾸준히 하고 있구나. 그럼 나도 말 통로에서 힘이 있는 말을 하는 이가 되지 않을까? 두 분의 사례를 기억하려 한다.


  난 오늘도 글을 쓴다, 나는 오늘도 독후감을 쓴다, 난 오늘도 필사를 한다. 말의 힘을 키워낸다. 




https://www.instagram.com/starry_garde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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