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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평소와 다른 용인 호떡집. 그 이유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하는 가르침.

by Starry Garden
평소와 다른 용인 호떡집. 그 이유는?


설날이다. 용인 중앙 시장으로 갔다. 준비해야 할 음식이 많으니 장을 쪼개 보신다. 날도 춥고, 운전을 대신하기 위해 함께했다. 어머니를 쫓아가는 일은 즐겁다. 확실한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짧은 운전 뒤, 주차를 하며 어떤 보상을 말할까 고민을 했다. 단골 반찬가게를 가고, 갓 나온 두부를 사셨다.


두 손을 가득 채우고 나니, 시간이 왔다. 선택의 기로. 북소리가 귀에 울린다. '두두두두.' 시장 통닭. 어머니에게 의견을 건네니, 바로 승락하셨다. 가벼운 마음으로 단골 시장 통닭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했다. 고소한 냄새도 옅었고, 북적이어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차. 가는 날이 장날인가 보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조금 떨어진 뒤쪽에서 어머니는 웃음을 참으며 손짓하신다. 돌아오란다. 내 것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테다. 손안에 들어왔다 빼앗긴 기분으로 허전했다. 터덜터덜.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KakaoTalk_20240201_160308439.jpg 휴무인 통닭집.


어머니는 익숙한 길로 날 안내했다. 달큼한 향을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호떡집이다. 단골이다. 능숙한 손놀림을 보며 주문했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젊은 이의 안내에 따라 줄을 섰다. 다른 모습을 보며, 호떡집 장인과 젊은이의 모습에 눈을 기울였다.


착각일까? 두 분의 모습이 비슷하다. 아! 아버지와 아들인 모양이다. 아버지의 절도 있는 손으로 호떡을 만들어내고 계신다. 특별한 말씀은 없다. 장인의 손길을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젊은 분은 눈 끝이 바삐 따라간다. 말로 할 수 없는 노하우가 찐하게 전수되고 있는 모습.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치신다.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과 같다는 말. 아버지의 기술들이 타 들어가기 전에 아들은 바쁜 손으로 받아 적고 있다. 장인이기도 하지만, 한 명의 부모로 모든 일을 전수하고 있을 테다. 사그라들 수 있었던 기록이 아들에게 빠짐없이 전수되는 모습이 뭉클하다. 말이 아니다. 오직 행동으로 노하우가 전수된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거친 삶을 살아오셨다. 열심히 살다가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한참 뛰어 도착한 곳에 벼랑을 만난 날도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 관계를 맺고 끊어내는 방법, 지혜가 가득한 도서관이다. 난 그분들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을까? 아니면 고루하다는 말이라 생각하며 외면하고 있었을까? 아! 아들처럼 나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배우고 있을까?


내 부모님도 불타고 있는 도서관이다.


아들의 상쾌한 목소리로 우리 차례를 알린다. 손에 쥐기 편한 종이컵을 주신다. 어머니와 나는 웃으며 받았다. 달콤한 호떡을 베어문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니, 호떡집 부자는 소리 높여 말해주신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시간이 흐른 뒤, 젊은이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받아 안았을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노하우와 태도가 전달되었을까? 오늘 집에 가게 된다면, 나도 불타고 있는 도서관의 책을 꺼내봐야겠다. 내 도서관으로 옮겨 적어놔야겠다. 잊기 전에, 잃어버리기 전에.



덧붙임

긴 연휴 시작입니다. 설날이 무탈하길, 새해에는 복이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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