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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10. 2024

30대. 변명은 필요 없다. 스스로를 증명해라

다른 무엇이 필요하리.

30대. 변명은 필요 없다. 스스로를 증명해라.


  30대. 숫자다. 나이는 의미 없다는 말을 신조처럼 생각하며 살았다. 80 대에 야구 펑고를 치시는 김성근 감독님, 9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고 가시는 이순재 선생님. 80대에 수능을 치르신 김정자 여사님까지. 지금은? 균열이 가고 있다. 


  나이를 핑계로 무언가를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노력하며 살았고, 게으름 피우는 생각만 해도 스스로를 자책했다. 내가 하고픈 것을 하며 살았다. 운이 참 좋았다. 공부를 하고 싶어 오래도록 했다. 좋은 스승님을 만난 덕분에 가능했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사과정을 열심히 산 탓일까? 회사를 몇 해 다니다 그만뒀다. 온몸을 태우고 나니 나갈 힘이 없었다. 그만뒀다. 조직 그늘 아래 있을 때는 몰랐다. 어딘가 소속이 되지 않았을 때의 묘한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나를 받아 준 건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별 말 없었다. 변함없이 받아줬다. 노는 일은 계속할 순 없다. 글을 썼다. 먼 훗날 쓰리라 마음먹은 일을 생각 없이 시작했다. 때론 무작정 도전하는 일이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방법이 된다. 꾸준히 썼다. 역시나, 좋은 분들과 함께 썼다. 누가 읽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모였다.


  글이 모였다. 귀인이 등장했다. 투고를 해보라 응원했다. 해봤다. 이때도 설마 될까 했다. 이번에도 좋은 분을 만났다. 출판사 대표님 도움 덕분에 세상에 책 한 권 써냈다. 유튜브도 하고 있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다. 평균 기대 수명이 86세라고 한다면, 50년 남짓 남았다. 3부 능선을 왔다. 아직 갈 길이 창창하다고 할 수 있고, 80 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아무 일도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갔으며, 차를 바꿨고, 자신의 취미를 누리고 있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삶은 마라톤으로 은유된다. 안다. 우리는 모두 달라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방향으로 뛰어간다. 순서가 의미 없지만,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게 된다. 국가에서 알리는 청년이라는 커트라인에 달랑거리고 있고, 내 손에는 쥔 게 아무것도 없다. 이게 바로 마음대로 산 대가인 듯싶기도 하다.


  최근 며칠 우울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잠시 사로잡혔고, 가까운 이들과 비교를 했다. 이젠 늦춰지고 있다는, 다시는 따라갈 수 없다는 두려움이 부유했다. 미래가 불안으로 엄습했다. 견뎌야 했다.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섰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책 한 권 건졌다. 하고픈 일을 했으니 된 거 아니야.. 핑계를 담은 문장이 여럿 생겼다. 길어졌다. 구차해졌다. 


  지난날을 봤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박사가 되었다. 논문도 꽤 쓰고, 특허도 냈다. 하고 싶은 글을 썼다. 글은 쌓였고 책을 냈다. 그때도 난 친구들 뒷모습을 봤다. 불안하지 않았다. 깨달았다. 맞다. 합리화를 벗어던졌다. 보호막을 걷어냈다. 무서웠다. 아플 테지만, 변명으로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고, 증명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테다. 한 문장이 입에 맴돈다.


  "변명은 필요 없다. 해명도 필요 없다. 증명하면 된다." 



  개인 사정이 있어 1주일 동안 글 업로드가 어렵습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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