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를 깊게 들여다보는 기회.
독서모임 책 선정 방법- 주제어
독서모임. 1년이 넘었다. 모임 덕분에 홀로 읽던 책 읽기를 벗어났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만나게 됐다. 좋은 분들을 만나 여러 시도를 했다. 모임은 자유독서와 지정독서를 오가며 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해 보면, 자유독서. 각자가 책을 정한다. 모임에 나와 책을 읽는다. 읽어 내려간 책 이야기를 나누고, 추천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토론이 이어진다.
다음은 지정독서. 조금 어렵다. 1년간 함께했기 때문일까? 우린 비슷한 결의 사람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독서 이력과 취향의 사람이다. 모두를 만족하는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몇 가지 방법은 시도했다. 첫 번째는 바로 '주제어'를 통해 책을 선택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각자 주제를 정하고, 종이에 적는다.
2. 섞은 다음 하나를 뽑는다.
3. 주제에 걸맞은 책을 가져온다.
4명이 서로 다른 주제어를 정한다. 한 곳에 모은 뒤, 임의로 뽑는다. 우리가 한 실제 예를 보자. 지정독서 모임, 주제어로 '여름'이 선정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유연하게 했다. 책 주제가 여름이어도 상관없다. 책에서 여름이 연상되어도 상관없다. 책 이름에 여름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책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단어 하나에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까? 단 한 권도 겹치지 않았다.
1. 하쿠다사진관
2. 너무나 많은 여름
3. 여름빌라
4. 너와 나의 여름이 닿을 때
하쿠다사진관은 제주도가 무대다. 파도 소리가 들린다. 주인공은 암담하다. 지갑은 잃어버렸고, 살길이 막막했다. 우연히 방문한 하쿠다 사진관. 취직을 한다. 사진관에 사람들이 드나든다. 시원한 바람으로 이야기들이 상쾌하게 오간다. 일상을 벗어난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 더운 여름을 잊을 만한 책이었다.
다른 책들은 설명이 필요 없다. 제목에 여름이 들어갔다. 주제어 지정 독서가 주는 의미가 있다. 단어 하나의 깊이를 바라볼 수 있다. 작가는 단어를 채집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하나의 단어에 의미를 채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나의 단어가 녹아든 글을 엮는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된다. 또, 작가들이 펼치는 의미를 본다. 겹치는 뜻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스쳐가는 단어. 평소 우린 단어 껍데기만 본다. 그것 만으로도 우리는 간단한 소통이 가능하다. 깊은 대화를 위해서는 언어를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단어가 세월을 맞으며 뜻을 두텁게 쌓아간다. 중층적인 의미를 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주제어 독서"가 유용하다.
하나의 단어에 깊은 의미를 알아가고 싶다면, "주제어 독서"를 해보자. 다양한 단어를 채집하고, 알지 못했던 의미를 채굴한 작가를 만나자. '여름'이라는 단어를 <하쿠다 사진관>에서는 따스하고 상쾌하게 보여줬다. <여름 빌라>에서는 질척거렸다.
독서모임 지정독서의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다면? 주제어 독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