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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11. 2024

5평이라고 믿기 어려운 넓은 서점- 오평

나와 평온함이 만나니, 오평이니라.

5평이라고 믿기 어려운 넓은 독립서점 - 오평


  실제와 느낌이 다른 경우가 있다. 작지만 강한 사람. 역사에도 있다. 나폴레옹이 대표라고 할까? 속담도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 괜히 생기는 말은 아니라 믿는다. 조상님들이 온갖 경험했고, 다음 세대가 알만 한 일이라 생각되어 남기는 말이니. 


  오평은 독립서점계의 나폴레옹이고, 맵다. 다섯 평에 책이 가득하다. 오평에 가면 검은색과 하얀색이 눈에 들어온다. 여긴 동생이 독립서점을 열기 전, 몇 번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음료도 좋았다. 넓게 느껴지는 공간감이 좋았다. 책 읽기도 좋다.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은? 여전하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낮은 채도의 현실판이라고 할까? 빌라 마을 속 움푹 들어간 검은색. 오평. 여긴 수원 작가님들의 안식처이고, 그분들이 만들어 놓는 이야기의 피난처다. 조용할 때는 책 읽기가 좋고, 사람이 북적거릴 때는 독립출판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다. 



  오평. 여기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뜻을 알고 나니, 공간은 커 보이고, 사람들의 평안하게 오가는 마음도 알게 되었다. 오평은 중국 글자의 합이다. "나 오" (吾)와 "평안할 평" (平)가 만나니,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평안하리라. 평온하니, 사람들이 찾아들고, 평안하니 책 읽기가 퍽 좋았던 모양이다.


  오평의 주된 색이 검은색이 이유도 있다. 온갖 색을 더하면 어떤 색에 도달할까? 검은색이다. 오평지기는 모든 색의 종착지이자, 모든 색을 안고 있는 검은색. 어떤 생각을 담은 책이라도, 어떤 사람이라도, 어떤 마음이라도 여기에 남을 수 있다는 상징이 아닐까?  우울한 회색의 마음도, 기쁨의 붉은색의 마음도 나란히 둔다. 그러기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검은색의 오평이 받아주리라는 안정감. 안정감이 실제 공간과 느끼는 공간의 위상을 달리해 놓아 것이리라.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의 오평. 단조로울까? 아니다. 그건 서점지기의 디자인 능력 때문은 아닐까? 독립서점 지기는 N잡러다. 오평도 그러하다. 독립출판의 북 커버를 디자인하신다. 오평이 강한 힘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서점지기의 디자인 덕분이리라. 



  모든 색을 섞어내고 남은 검은색.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결국 도착한 미니멀한 색. 그 덕분에 우리가 평온함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 혼자 생각을 해본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처럼 난 오평을 또 가고 싶다. 소설의 조연으로 빌라 마음을 걸어간다. 


  채도를 내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낸 색을 가진 오평. 그러기에 실제로는 오평이지만, 느낌만으로는 30평을 훌쩍 넘는 그곳, 작가에게는 피난처가, 우리에게는 안식처가 되는 그곳. 난 어떤 마음의 색을 가졌든 간에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어떤 마음이든 받아 줄 그곳으로 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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