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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Feb 23. 2024

또, 또 간집-가로수길 삼창교자

누가 뭐라고해도 나만의 맛집.

또, 또 간집-가로수길 삼창교자


  글을 쓰는 지금도 또 먹고 싶다. <삼창 교자>. 여자친구가 알려준 맛집. 또, 또 간집이다. 서울을 다니며 맛집을 참 많이 다녔다. 기억에 남는 곳도 있고, 생각보다 별로인 곳도 있다. 참 맛있다 해도, 다시 가지 못한 식당이 대부분이다.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아직 갈 곳이 많다는 탓으로 가지 않았다.


  거리도, 다른 식당도 상관없이 간 식당이 있다. <삼창 교자>. 누군가 맛집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꼽는다. 만두와 요리 몇 가지, 덮밥이 있는 식당이다. 만두를 고르고 찐만두, 물만두, 군만두를 정한다. 여자친구와 가면 우리만의 세트가 있다. 돼지고기+새우만두, 새우만두. 모두 굽는다. 국물을 하나 주문하는데, 갈 때마다 다르다. 담백한 게 먹고 싶으면 지탕면, 강렬한 것을 원한다면 마라탕면. 



  서늘한 기운과 따스함이 혼재하는 날이었다. 강북에 일이 있지만, 강남에 있는 <삼창교자>를 위해 가는 길까지 변경했다. 서울을 한껏 즐기고 싶었다. 한강으로 갔다. 자전거 타고 강변을 달리고, 잠수교 넘나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뛰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시작은 시원하던 기운과 따뜻함이 섞여있더니, 달리다 보니 춥다. 심장에서 먼, 귀, 손 끝이 따가웠다. 자전거를 멈추고는 방향을 고쳐 잡았다. 삼창교자로 향했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다, 몸을 뜨뜻하게 덮일 국이 보였다. 굴탕면.


  역시 또, 또, 또 간집이 된다. 입에 들어간 만두. 육즙이 터진다. 굴탕면의 깊은 감칠맛으로 몸을 덮인다. 국물을 후루룩 먹고, 만두가 하나둘씩 줄어든다. 길이 멀다는 이유도 사라지고, 굳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넘어서는 맛난 음식. 함께 하는 이와 맛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먹게 되는 순간. 기쁘다.



  미슐랭이라는 기준도, 블루리본이라는 표식도, 인플루언서의 추천하는 집도 잊는다. 그들이 선택한 맛집도 가보니 별로인 곳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경험하고 난 뒤야, 비로소 그곳이 맛집인지 아닌지 선택할 수 있다. 직접 경험하고, 좋고 나쁨은 알아야만 우린 실제를 알 수 있다. 


  타인이 하는 말, 누군가의 경험은 적은 창으로 밖을 보는 일과 비슷하다. 실체를 모두 알 수 없다. 창을 내어준 이들도 사실 다 모른다. 정말 느끼고 싶다면 문을 열고 가야 한다. 잘못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누구도 찾지 못한 맛집을 찾기도 한다. 아무도 맛집이라도 하지 않았지만, 나만의 맛집을 찾는다면 그만 아닐까?


  최근에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선다. 누가 봐도 번듯한 직장을 가라며 재촉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안정적인 일이라며 이 길로 가라고 하신다. 두 길 모두 난 작게 난 창으로 본 것일 뿐이다. 내가 경험해봐야만 한다. 어떤 경험을 하던, 그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능력으로 변화할 테다. 창으로 세상을 보는 일을 멈추기가 쉽지는 않다. 용기를 내는 일도 주저된다. 


  <삼창교자>를 처음 갔던 날을 떠올려 본다. 씩씩하고 굳센 기운으로 내 앞에 놓인 선택을 살펴본다. 작은 창 옆에 난 문을 열어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좋은 일.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체험해 보니 좋은 일. 세상이 어떻게 보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넘어설 일. 그러한 일이 있다면 나만의 맛집처럼. 또, 또, 또, 가게 된다. 오늘도 난 <삼창교자>를, 오늘도 난 내가 하고픈 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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