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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04. 2024

또, 또 간집 - 봉천동 진순자 김밥

칼국수, 수제비 좋아하세요?

또, 또 간집 - 봉천동 진순자 김밥


  용인에 산다. 고향을 떠나 대학교를 따라 정착하고 난 뒤, 14년째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절반은 자취와 기숙사를 오갔고, 나머지 절반은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자취를 하며 스스로 밥을 해 먹는 날이 많았고, 기숙사에서는 단체 급식이나 시켜 먹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곳에 시장이 있지만, 가는 방법이 마뜩잖았다.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걸어가야 한다. 가끔 친구가 차를 가져온 날이 있다면, 지체 없다. 몇 군데 가게 중 하나를 택해 밥을 먹으러 달려간다. 그중 하나가 "봉천동 진순자 김밥"이다.




  김밥집으로 보이지만, 칼국수, 수제비 맛집이다. 점심시간에 가면, 줄이 길다. 그때나 지금이나 줄은 여전히 길다. 싼 가격과 나오는 속도 덕분이리라. 물가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가는 요즘. 여전히 저렴하다. 몇 번 가격이 변해 도달한 곳이 5,500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친구들과 우르르 갔던 7년 전 가격은 3,000원이었다.  


  "진순자김밥"이 뜻 깊어진건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 중간쯤. 부모님 덕분이다. 오래도록 지내던 곳을 떠나신 부모님.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알려드려야 했다. 시장은 어디 있는지, 생필품은 어디서 사는지.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다. 칼국수 맛집. 몇 군데를 안내해 드렸다.


  지방 물가와 수도권 물가가 다른 건 당연하다. 어머니에게 좋은 가게를 안내하고픈 마음에 간 곳은 번번이 실패했다. 깔끔했지만, 비쌌다. 칼국수 전문점이 아닌 탓일까? 입맛에 맞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안내한 곳이 "봉천동 진순자 김밥"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어머니는 활짝 웃으셨다. 합석을 하고, 좁은 통로로 오가지만 즐거워 하셨다. 김치도 물도 모두 셀프고, 휴지는 벽에 걸려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칼국수를 한 입 드시니, 엄치 척하셨다. 첫 기억이 바로 5년 전이다. 여전히 어머니는 여길 좋아하신다.


  변화하지 않는 맛, 여전히 저렴한 곳. 사람 냄새가 나는 가게. 언제든 합석을 해야 하는 시장 가게. 시간이 켜켜이 쌓여 오는 분들의 나이도 높은 그곳. 제2의 고향의 구심점이 된 가게다. 잘 정돈되고 깔끔하며 조용한 식당이 좋긴 하다. 인간미가 없다 느껴지는 건 나만의 오해일까?


  부모님이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하곤 한다.  북적이고 불편하지만 시장 가게가 그리워서 일까? 왜인지 고향이 곁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이 사는 일이 이렇게 북적거리는 속에 있다고 느끼시는 건가? 여긴 나만의 도시 속 고향과 같은 곳이다. 친구들과 떠들며 먹었던 기억이. 낯선 용인으로 온 어머니의 활짝 웃는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다.


  또, 또 간집. 그리고 앞으로도 또 또 갈 집. 물가가 오르더라도, 가격은 단단히 멈춰서 그래도 있을 집. 시간을 내어 뜨근한 국물이 그리울 때, 가고 싶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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