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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pr 16. 2024

독이 있는 말

말이라는 독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됩니다.

독이 있는 말.


  "내가 도와줄게. 걱정 마."


  말은 형태가 없다. 내뱉고 나면 흩어지듯 사라진다. 마치 없었던 것처럼. 그럼 정말 없어질까? 아니다. 무형이라 더 어렵고, 힘들고, 골치 아프다. 말 자체에는 힘이 없다 했다. 다만, 말을 한 사람이 말에 기대되는 행동, 말에 기대되는 책임을 다 할 때, 힘이 있다고 믿었다.


  아니더라. 말은 떠나는 순간 생동한다. 더 커지고, 작아지고는 말을 듣는 사람의 몫이다. 내가 먹이를 주면, 커지고, 내가 관심이라는 먹이를 거두면 사그라든다. 예를 들어볼까? "내가 도와줄게, 걱정 마." 누군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말이 가능할까? 실제도 돕는다고 한다면, 아무런 목적 없이 가능할까? 모든 부모와 자식관계에서도 티 없이 맑은 마음으로 줄까? 타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도와준다는 현실에 자주 일어날까? 회의적이다.


  물론 있다. 그런 분들이 얼마나 소수이면, 성자라 존중하고, 군자라 칭송한다. 역사에 기록되어 오래도록 회자된다. 그런 분들은 정말 소수다. 그런 분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봐야 하는 건 아닐까? 누군가 무척 거침없이 돕는다는 말에 멈칫한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뒤에 따라오는 말 "걱정 마."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마치, 너의 걱정은 내가 대신할 테니 걱정을 가져간다. 그럴 수 있을까? 걱정을 누군가 가져갈 수 있을까? 그렇게 걱정을 위탁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걱정이 없는 상태가 정말 좋을까 싶다. 걱정이란 건 짐만은 아니다. 우린 미래를 얻고, 계획하는 능력을 받은 대가로 걱정과 불안을 지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걱정을 가져간다는 건,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말이고, 계획이라는 골치 아픈 일도 자신이 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게 가능할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타인의 계획을 정교하게 할 수는 없다. 상황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며,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은 내가 지며 가야 한다. 어렵지만, 실패를 하겠지만, 과정이 불안으로 가득하겠지만, 내가 겪어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말하는 이들은 이 정도의 어려움이라는 사실을 알고 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과하게 생각하는 탓일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고민해 봤다. 단순히 '그냥'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악독한 의도가 있다면 정말 조심해야만 한다. 성자인 척하고, 군자인 척하며, 당신의 걱정을 가져간다는 달콤한 말로 내게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조심해야 한다. 이 말이 바로 독의 씨앗이 된다.


  씨앗은 생동한다. 다만, 저절로 뿌리를 박고 피어나지는 않는다. 말이라는 독에 먹이를 주어 키우는 일도 내 몫이고, 독이 가득한 말를 말려 죽이는 일도 내 몫이다. 단지 고개를 끄덕이고, 스스로 이겨낼 계획을 세우고, 어려움을 견디는 일만으로도 독이 되는 말을 쉬이 사그라든다. 하지만, 그런 힘든 날들에 다디단 그 말에 기대고 싶어 진다. 그럼 우린 그 말을 하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도와달라고, 걱정을 가져가 달라고 의지하게 된다. 그럼 나는 없어진다.


  의지하면, 독이라는 말은 급격히 성장한다. 내가 작아질수록 독은 왕성하게 자라나 나를 지배하게 된다. 한참 지난 뒤 독에 완전히 지배되고 나면 난 속이 텅텅 비어 버린 상태가 된다. 깨닫고 난 뒤에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귀를 닫고 눈을 감아 버리고 따라가게 된다.


  누군가 누구를 온전히 돕는 성자는 없다고 생각하자. 그런 분이 있긴 하지만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걱정을 대신해 준다는 말은 거짓이거나, 음흉한 의도만 있다고 생각하며 나를 지킨다. 각박하다 할 수 있다. (누가 군자인지 정말 모르겠지만, 그런 분이 등장한 다면 내 생각을 바꿀 행동이 담긴 말을 하시지 않을까.)


  걱정과 불안은 내가 미래를 가진 대가고, 계획을 세우는 힘이라 생각하자. 그럼 독이 가득한 말이 오더라도, 크지 못하고 사라질 테다. 말에는 독이 있다. 독을 자라나게 하지 않는 건 오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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