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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01. 2024

에세이의 가치

가까이 있는 사물이 학문의 원천이 된다.

에세이의 가치


  에세이. 다양하게 정의된다. 미묘하게 다르다. 이때 난 국어사전을 찾는다.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


  이제는 거의 2년 가까이 글을 쓰고 있다. 주제는 다채롭다. 힘겨운 대학원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쓴 글. 전공인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쉽게 적어두려 노력한 글. 제일 많이 쓴 글은 무엇일까? 바로 에세이다.


  인생이라 하면 거창하고, 흐르는 시간을 에세이로 적어둔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용기 내 써댔다. 다른 이들은 어떤 에세이를 쓰고 있는지 궁금해 읽기도 많이 읽었다. 유명한 작가들이 써놓은 에세이, 독립출판으로 무척 독특한 에세이,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에세이, 세상에 이런 직업도 있나 싶은 이의 에세이. 나이가 많은 분, 어린 분, 엄청난 일을 겪은 분..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느낀 바를 적어냈다. 담담함으로 마음을 찡하게 하고, 인생이라는 뿌리가 뽑힐 정도로 강한 소용돌이를 겪은 뒤,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남기는 깨달음을 적어두신 분도 있다. 읽고 나면, 위로가 되기도 하여도 때론 한 발 내딛는 힘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을 읽었다. 역시나. 하며 읽었다. 그도 나처럼 에세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는 모양이다. 사자성어 하나를 알린다. "좌우봉원"


  사자성어 주인공은 맹자다. 중국 '전국시대' 유명한 사상가. 뛰어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물었으리라. 학문을 어떻게 하면 되냐고. 통속적으로 바꿔볼까? 당대 공부를 정말 잘하는 이에게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본 질문 정도리라.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군자가 올바른 도리로 깊이 탐구하는 것은 스스로 그 도리를 얻고자 해서다. 스스로 얻게 되면, 일에 대처하는 것이 편안하게 된다. 일에 대처함이 편안하게 되면, 그 일에서 얻는 것 역시 깊이가 있게 된다. 그 일에서 얻은 것이 깊이가 있게 되면, 자신의 좌우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취해 그 근원까지 알게 된다( ). 그런 까닭에 군자는 스스로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공부라 함은 멀리서, 신묘한 방법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한다. 우리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 근원을 알아가는 일이 군자가 얻고자 하는 일이라 이른다. 번쩍 에세이가 떠올랐다. 가까운 일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적어둔다.


  그렇게 찾은 근원은 다른 삶에도 별반 다르지 않게 적용된다. 우리 인간은 무척 다양해 보이고, 특이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라는 종족 특성 아래에 있다. 우리가 만들어둔 사회라는 체계 안에 살아가는 탓에 공통되는 흐름 있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머나먼 곳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좌우에서 찾은 깨달음이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에세이 가치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에서 사실을 얻고, 기록하면 에세이다. 주변에 흘러가는 대화. 내 곁에 있는 부모님의 이야기, 산책하다 만난 이들의 웃음. 그곳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하마터면 놓칠 뻔한 내 일상이 놓여 있다.


  에세이를 쓰자, 에세이를 읽자. 다 같아 보이지만, 가장 창의적인 글이 나오고, 다 달라 보이지만, 거긴 우리가 공유하는 무언가가 놓여있다. 근원을 탐구하는 일이 바로 에세이의 가치다. 그대의 이야기가 곧 글이 된다면, 누군가에게는 근원을 탐구하는 일이 되리라. 모두에게 한 번뿐인 유한한 삶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라라는 건 덤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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