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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02. 2024

매일 일력을 쓰는 이유.

손으로 하는 명상

매일 일력을 쓰는 이유.


  일력을 쓴다. 문학 동네에서 나온 일력이다. 매일 하루를 잘 살아보자는 경건한 마음으로 하나씩 꺾어 낸다. 뜯어 낼 때, 주의를 기울인다. 중간에 어긋나면 보기가 흉한 탓이다. 집중하다 보면, 오늘 하루도 집중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결심 스위치가 되기도 한다. 


   일력은 예스럽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로선 지날 없는 잇-아이템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력은 하루만 보고 버리기 아까울 문장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분의 문장도 있고, 처음 듣는 책과 사람이지만, 문장이 마음에 콕 담길 때도 있다. 처음엔 읽고 모아뒀다. 몇 차례 반복되니 아까웠다. 무엇을 해볼까 하다 필사를 시작했다. 


  필사를 하면 생각이 멈춘다. 한 획 한 획에 집중한 덕분이다. 다른 생각을 잊게 된다. 하다 보면, 지난 경험이 떠오른다. 명상이다. 3년 전쯤. 명상을 배웠다. <지대넓얕>라는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선생님이시다. '김도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던 선생님. 지금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시는 작가인 '리민'으로 '바르도'를 쓴다. 


  여럿 명상 방법을 배웠다. 코 끝의 공기의 흐름에 집중하는 방법. 들이쉬고 내쉰다는 단어만을 떠올리며 호흡에 집중하는 방법. 명상을 하면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하나는 졸리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잡생각이 멈춰진 탓인지 이완된다. 명상 마지막에 다다르면 누워서 하는 명상이 있는데, 잠에 드는 일이 잦았다. 


  두 번째는 내가 알지도 못한 몸의 온갖 부분이 아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 몸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심하게 아픈 뒤에야 알아차린다. 병원을 가고 치료를 하게 된다. 그때, 알게 되는 사실 하나는 몸이 아프면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는 것. 



  손으로 하는 명상을 하다 보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생각은 사그라든다. 졸리지는 않지만, 약간은 멍해진다. 우린 생각보다, 생각을 많이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생각이 6,200번이나 한다니, 얼마나 바쁜가. 생각을 안 해야지 라는 생각도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니, 참 어려운 일이다. 


  잠을 자면 쉰다고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 평균 3개의 꿈을 꾸고, 일어나는 순간 머물다 바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니, 자는 순간에도 우리는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필사는 그런 바쁜 생각을 잠시동안 멈추게 한다. 거기다, 손 글씨를 쓴다는 건 뇌에 우리가 쓰지 않던 부분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명상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다. 


  일력을 아침마다 의식처럼 뜯어낸다. 옆에 두고 한 글자씩 꾹꾹 눌러쓴다. 손으로 하는 명상을 한다. 느리고, 참 아날로그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에 참 반대로 간다. 좋은 문장을 만나는 일도, 오직 글자에만 집중하는 시간도 내겐 소중하다. 오늘을 잘 살겠다는 스위치를 일력을 뜯어내며 누른다. 필사하며 온전히 글자에만 집중하며 생각을 멈추을 멈춰본다.  


  오늘은 어떤 문장이 있을지, 내 마음에 어떤 조각을 남길지 기대하며, 오늘도 쓴다. 



참고자료

  - 사람은 하루에 6천 번 생각한다, 곽노필, 2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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