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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07. 2024

당신의 평형수는 안녕하신가요?

출항전 채워 넣는 선박 평형수.

당신의 평형수는 안녕하신가요?


  삶은 항해에 자주 비교된다. 역사도 길다. 고대 로마 철학자인 세네카는 "인생은 항해다."라는 짧은 문장을 남겼으니 말이다. 왜일까? 삶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거대하다. 사람은 거기에 비해 작디작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휩쓸려가도, 운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변화하기도 한다. 항해는 어떤까? 광대한 바다. 거기에 비해 배는 작다. 파도에 배가 넘어 가득 휩쓸려가기도 하고, 잔잔한 바다와 바람이 빠르게 밀어내기도 한다. 맞다. 인생과 항해는 무척 닮은 꼴이다.  


  거기서 그 치치 않는다. 항해와 관련된 단어를 보면 삶의 조각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우연이라도 항해 용어를 만나게 되면 쉬이 지나치지 못한다. 뜻을 찾기도 하고, 깊게 설명하는 문서를 찾기도 한다. 여지없다. 우리 인생의 각이 있다. 덕분에 몇 편의 글로 적기도 했다. (<묘박지를 아시나요?>, <크루즈에서 만난 돌아오지 않을 인연>, <마음의 격벽은 안녕하신가요?>, <홋줄을 아시나요?>, <진수와 취역 사이>


  눈에 덜컥 걸린 건 "선박 평형수"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8%가 배로 이뤄진다(KMI인포그래픽 제41호_해양수산과 국민경제).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물건이 배를 타고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라와 나라를 잇는 건 바로 배다. 막대한 물건을 싣고 물건을 내리면 빈 배가 된다. 물론, 내린 만큼 싣게 되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가벼워진 배는 균형이 쉬이 무너진다. 배가 가벼워지니 물에 떠오른다. 그럼 무게중심이 높아진다. 바람에도 파도에도 쉬이 흔들린다. 또, 앞으로 나가는 힘도 떨어진다. 프로펠러가 충분히 깊게 들어가지 못하니 동력이 온전히 추진력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안전을 위해서도, 효율을 위해서도 배는 충분히 무거워야 한다. 이때 선박 평형수를 이용된다. 


  선박평형수의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좌우 균형을 맞출 때다. 한쪽에 많은 물건이 적재된다면, 반대편으로 물을 채운다. 무게 중심을 아래로 안정적으로 옮겨, 파도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를 만들게 된다. 국제해사기구에서는 선박평형수를 화물 적재량의 30% 이상을 채우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짐을 지고 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름도 여럿이다.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의무라는 명칭이 되기도 한다. 화물도 다양하다. 가족, 직장, 일, 친구, 신념. 거친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화물을 내리고 싶을 때가 있다. 더디 가는 원인인가 싶기도 하고, 가볍게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피어나기도 한다.  


  해방되면 어떨까? 정말 자유롭게 될까? 아니다. 우린 생각보다 더 취약해지고, 외부의 바람과 파도에 쉬이 흔들린다. 배가 그런 것처럼.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는 분들이 종종 일탈을 하다 뉴스를 장식하기도 한다. 그가 탄 배가 파도에 쓸려 버린 장면이다. 은퇴하신 분들의 무기력하게 지내는 모습도 스친다. 앞으로 가는 동력이 더 이상 없어 보인다. 


  화물을 우릴 더디게 가는 것도, 우릴 지치게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이름을 가진 짐을 지녀야 거친 파도를 헤처 나갈 수 있다. 책임감은 단순히 책임이 아니라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뜻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는 몰입을 선사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우리 삶 균형을 이루는데도 중요하다. 오직 일만, 오직 가족만, 오직 직장만 있는 분들이 무기력에 빠지고, 삶이 망가지지 않으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오직 나만을 위한 일을 왼쪽에 담아두고 의무, 책임을 오른쪽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삶의 무게 중심은 아래로 가고, 효과적으로 앞으로 갈 수 있다.  


  우린 아침에 출항을 한다. 거창한 의미라기보다는 배가 있고 바다가 있기에 간다. 출발했다면, 안전하게 가야 한다. 내 배의 평형수는 얼마나 차있을까? 균형은 맞춰져 있을까? 점검한다. 안정적인 삶의 항해를 위해서라도 내 삶의 평형수를 확인해야겠다. 



덧붙임

  모아두니 꽤 많군요. 혹시 브런치 북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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