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을 열었다. 그것도 두 개나. 하나는 세계사, 다른 하나는 환경. 사람이 없어 열리지 못할까 걱정되었다. 용기를 냈다. 다행히 열 수 있었다. 독립서점 지기에 따르면, 요즘 참여 인원을 모으는 일이 어렵다 하셨는데, 걱정이라는 숨네 쉬었다.
준비를 공들여했다. 세계사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친환경이 진짜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했다. 준비했고 한 달 동안 세계사와 환경에 대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이 하는 일이다. 함께 나누면 혼자서 느끼지 못한 바를 볼 수 있다.
내가 오독한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다. 때로는 놓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을 수도 있다. 가끔은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더니,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선택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덤으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연습이 되기도 한다.
해던 이야기를 나눠볼까?
세계사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로 정했다. 역사, 세계사를 알아간다고 쓸모가 있을까? 역사책을 즐겨 있는 난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 질문이다. 물론 그럴 듯 한 답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역사는 반복되니, 교훈을 얻어 나에게 적용하자." 그럴까?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역사를 알 수록 어렵다 느낀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면, 다른 선택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 뿐이다.
최근에는 의미를 찾는 일을 그만두었다. 역사에 기록된 드라마를 읽는 일을 즐길 뿐이다. 쓸모없는 일을 하며 지적 유희를 즐긴다는 정도로 읽는다. 역사, 세계사를 읽는 일은 즐겁다. 다만, 턱이 있다. 즐기기 위해서는 읽는 방법이 필요했다. 두 가지 사건을 예시로 보여드렸다. "제1차 세계대전", "아편 전쟁" 보스니아에 사는 세르비아계 청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에게 총을 겨눈 이유도,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세계대전을 없었을지. 영국과 청나라는 왜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청나라는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나눴다.
제 1차 세계대전
아편 전쟁
다음은 친환경. 우리가 친환경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정말 환경에 기여하는 것일까?를 나눴다. 정말 에코백을 드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요구르트 통을 재활용하기 전에 꼭 씻어야 하는지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케 한다. 우리가 하는 작은 일들이 정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 마음. 환경을 신경 쓰고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멋대로. 마음은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순간 동력이 되리라는 믿음 덕분이다.
친환경은 무엇일까?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도움이 될까?
사람을 만나는 일과 책을 읽는 일은 무척 상반되어 있어 보인다. 아니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하며 느낀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만남. 독서모임은 그 둘을 합쳐 놓은 기묘한 방법이다. 바쁜 현실을 잠시 떠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당장 쓸모가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맞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당장 내 능력이 배양되는 일은 아니다.
우린 밥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처럼, 쓸모 있는 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린 그렇지 않은 일. 쓸모없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살아간다. 독서모임. 쓸모 없어 보이는 일 처럼 보이지만, 내겐 참 의미 있는 일이다. 생각으로 무장하고, 위험이 다가올 때 판단하는 힘이 된다.
이른바, 세상을 이끄는 이들은 언제나 학습의 시간이 있다. 만나서 배울 수 있고, 학교를 다닐 수도 있다. 어떤 배움이든, 거기에는 책이 있다. 앞서서 가는 분들 곁에는 책이 있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그들 처럼 되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고 바로 해결되는건 없다. 한 권의 책이 진리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자주 쓸모없는 일처럼 보인다. 다만, 작지만 무언가 남는다. 책에서 유용해 보이는 사실을 기억하고, 삶에 적용해 본다. 아니면 말고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안되면 어떤가. 과정이 즐거웠으면 된 거라 믿는다. 즐거웠던 두 개의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닫았다. 조만간 준비가 되면 또 열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