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다르더군요.
원작을 보느냐, 2차 창작물을 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분야의 경계는 사라졌다. 글이 만화로, 영화로, 드라마로 이동하는 일은 흔하다. 잘 자란 작품 하나 거대한 산업을 이룩할 수도 있다. 대(大) 창작의 시대. 그뿐만 아니다.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일도 잦다.
왜 그럴까? 이유는 여럿이지만, 원작의 탄탄함 덕분이리라. 흥미로운 이야기는 큰 팬을 거느리고 있다. 가상 캐스팅을 하면서까지 영상화가 나오길 기대하기도 한다. 흥행 보증 수표라 할 만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클 수 있다. 보증 수표는 언제라도 부도가 날 수 있다. 때로는 강한 팬덤은 오히려 강한 적의를 들어내며 영상화된 작품을 비난하기도 한다.
최근 <댓글부대>가 개봉했다. 손석구가 고르는 작품은 믿음을 가지며 따라가 본다. 익숙하다 싶었더니, 원작이 있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소설 <댓글부대>다. 영화를 보기 전 책을 구매했다. 다른 책을 읽고 있던 터라, 읽기를 미뤄두려 했다. 잠시 무슨 내용일까 싶어 잠시 읽었다.
읽던 책은 (인문학 책이긴 했지만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뒤로 밀렸다. 앉은자리에서 절반 정도를 읽었다. 다음 날 틈만 나면 읽어 버렸다. 사실과 거짓이 교묘히 섞인 소설. 어딘가 뉴스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일이 교차한다. 영화는 어떨까? 기대감은 커졌다. 질문이 떠올랐다. 책을 꾸준히 읽는 친구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들의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 물었고, 그들은 바로 답을 했다.
보건교사 안은영. (영상 만족, 원작 실망.)
책 친구는 영상을 먼저 보고, 책을 봤다고 한다. 원작에 오히려 실망했다. 화려한 연출, 눈에 총천연색이 펼쳐지는 영상은 책에 모두 적혀있지 않았다. 다소 밋밋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가 어려웠다고 한다. 되려, 영상을 보며 글을 색칠했다.
나미야 잡화점. (영상 실망, 원작 만족)
기억에 오래 남는 두꺼운 책.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책. 깊은 감동이 생생한 체,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떻게 긴 이야기를 다 담을까? 걱정되었다. 책에서 본 상상과 영상은 어긋났고, 제한된 시간과 표현 기술의 한계로 책 보다 작아진 이야기에 실망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웹툰 만족, 원작 만족) - 상호 보완
웹툰을 먼저 보고, 책으로 옮아갔다. 웹툰에서 보여준 장면과 실체화된 캐릭터 덕분에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활자는 늘 그림으로 바뀌었고, 웹툰이 빼놓은 부분은 상상으로 그려 읽어 내려갔다. 웹툰과 소설을 서로를 보완하며 존재했다.
대부 (영상 만족, 원작 만족) - 서로 다른 길. 둘 다 최고.
영화를 여러 차례 보고 책을 찾았다. 영상이 과감하게 덜어낸 부분을 담은 책은 흥미진진했다. 책에서 미처 상상하지 못한 부분을 명징하게 보여준 영상에 감탄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소설에서 들리고, 영상에서 부러 남겨둔 틈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영상은 영상의 맛으로, 소설을 소설의 맛으로 남긴다.
앞으로도 많은 글들이 그림이 되고, 영상이 될 테다. 우선 댓글부대도 기대된다. 어떻게 다 담을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은 어떤 영상으로 만들어낼까? 영상은 소설과 같은 결말에 다다를까? 기대가 실망이 되었더라도 하나 남는 건 있다. 책이 재미있기에 영상을 찾아봤으니, 내겐 여전히 재미있는 책이 있으니 말이다. 반대가 되더라도 그렇다. 어떤 쪽이 흥미진진했거 그 재미가 충분했으니, 영상이나 원작을 찾은 것 아닌가?
오늘도 원작이 있는 책들을 찾아본다.
덧붙임
댓글부대 영화는 영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