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책장을 가진 책방지기
유쾌한 대화가 있는 독립서점- 대구 차방책방
낯선 곳에 가면 습관이 있다. 근처 독립서점을 찾는 일이다. 시간 틈을 비집고 간다. 꼭 있다. 조금 멀더라도 간다. 책방지기 개성에 따라 책방이 꾸며진 덕분에 비슷한 책방은 하나 없다. 대구 여행. 습관은 발동되었다. 일정과 일정 사이 빈칸이 생겼다. 지도를 보니 곁에 한 곳 있었다.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 발걸음을 옮겼다.
<차방책방>은 경상감영공원 근처다. 자그마한 공원을 지나 거리를 걷다 보면 도착한다. 나무로 꾸며진 책방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가 있다. 한 편에는 책이 꼼꼼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기성출판과 독립출판이 엮여있다.
한 발 더 들어갔다. 커피 향은 짙어지고, 책 향 강렬해진다. 한 칸 높게 있는 곳에는 책방지기가 기다린다. 책방지기는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더운 햇빛을 피한 덕분일까? 시원해졌고, 책 덕분에 마음을 상쾌해졌다. 책장에 붙어 한참 동안 책을 골랐다.
흐르던 눈이 한 권의 책에 멈췄다. <2024 제1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표지도 다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동네서점 에디션이다.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책. 반가웠지만, 구매가 망설여졌다. 지난해 독서모임 지정 독서가 떠오른 탓이다.
지정 독서로 만났다. 책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읽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던 책이었다. 난해했고, 어려웠다. 우리의 독해력에 문제가 있을까? 책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올해 나왔지만 읽기를 고민했다. 멈칫했다. 다시 만났다. 들다 놓기를 몇 차례 하다 그만두었다. 다른 책을 한 권 들고 계산을 하러 갔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돌려 쓱 보더니 다시 누워 주무셨다.
계산대. <제1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놓여있다. 끝난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말이 흘러나왔다. 여쭤봤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무례한가 싶었다.
"<제1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보셨나요? 어떠셨나요?"
바쁘게 계산하던 손이 멈췄다. 책방지기의 당황한 모습이 어렸다.
"갑자기요?" 웃음을 머금고 잠시 고민하다 말씀을 이어가셨다. "좋았던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았던 작품도 있었어요? 왜 그러세요?" 고민을 말씀드렸다. 지난번에 힘들었기에 다시 사는 일이 맞는지 모르겠다. 책방지기는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어떤 작가가 있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책장을 열었다.
작가를 보시더니, 우린 서로 좋았던 작품과 작가들을 이른다. 티키타카가 시작되었다. 15회 작가들 이름이 나열된다. 이들 작품의 경향에 대해 격조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몇 분 뒤. 우린 결론에 이르렀다. "한 작품만이라도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 "우연히 만난 작품에서 인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고뇌는 끝났다. 단호했고, 결제했다.
책을 챙기는 나를 보며, 책방지기는 당부하는 말을 남기셨다.
"다 읽으시고, 좋았던 작품이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난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뒀다. 볼 때마다 책방지기와 나눴던 이야기가 어른거린다. 책방이 좋은 이유는 바로 책방지기의 개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유쾌한 대화를 더하니, 내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얼른 책을 읽어야겠다. 기록을 남기고, 책방 지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대구를 가게 된다면, 내겐 꼭 가야만 하는 곳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