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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29. 2024

수능은 해킹되었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고민.

수능은 해킹되었습니다.


  매년 행사처럼 오는 날이 있다. 그날을 위해 공공 기관은 출근 시간을 늦추고, 비행기는 이륙을 멈춘다. 하나의 시험을 위해 사회가 나서 배려하는 날. 바로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다. 시험이 끝나면 요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답률이 무척 낮아 찍어서 맞출 확률보다 낮은 문제를 비난하고, 만점자가 쏟아지는 시험의 변별력에 의심을 하기도 한다.


  기사는 마음 밖에서 부유한다. 그러다 시험지를 들춰 보기도 한다. 운이 좋은 탓에 공부를 오래 했기에 궁금하다. 화학, 생물 가끔은 수학을 풀어본다. 난이도는? 놀랍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때론 자신 있게 풀었지만 장렬하게 틀리기도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실마리는 <수능해킹>을 통해 알 수 있다.


  <수능해킹>은 수학능력시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적어두었다. 거기다, 현직 교사, 수험생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있다. 수능은 정말 대학에서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일까? 책은 취지와는 어긋났다고 말한다. 그럼 수능 해킹이란 무엇일까?


수능 해킹 문제지, 답안지, 저자의 편지


  "문제 유형이 표준화된다는 것은 시험이 시행착오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형성과 예측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의리입니다. 그렇다면 일종의 역공학 기법을 통해 시험지로부터 출제원리를 역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중략) 사교육 업계가 지난 10년간 해온 일이 바로 수능 해킹입니다." (page 18~19)


  해킹이 일어난 뒤로부터 복잡한 문제가 시작된다. 평가원과 사교육의 대결이다. 평가원은 분별력이 있지만 너무 어렵지 않은 문제를 내야 한다. 모순되는 무기를 들고 문제를 낸다. 고민 끝에 만든 시험. 사교육 종사자들을 득달같이 분석하고 역공학해 문제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싸운 결과가 지금의 수능이다.


  "카드패 대신 낱말을 두고 사천성 게임을 하듯이, 지문과 선지를 번갈아 곁눈질해 가면서 중복되는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page 38)


  공부를 위한 능력 평가에 중요하지 않지만 분별력을 위한 문제로 양산된다. 짧은 시간에 풀기 위해서는 노련한 강사들이 제시하는 사고 길을만을 따라간다. 사고의 외주화다. 반복하며 문제 풀이 기계가 만들어진다. 증명과 사고력보다는 "목적 없는 추리, 혁신만이 존재하는 추리"인 퍼즐식 사고만 능숙하게 하는 학생이 성장한다.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수험행들은 요령을 정석처럼 대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문제를 알았으니, 고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혁신적인 실패보다는 각본이 정해진 실패가 나은 법이니까요. 매몰비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시험이 뒤틀릴수록 학생들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게 되며, N수생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page 87)


  진정한 수학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은 단박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수능과 어려운 수능을 구분해야 한다. 진정한 사고력이 필요한 시험은 어려운 수능이지, 고난도 퍼즐이 줄을 이어 나오는 수능이 불수능임을 인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평가원에 힘을 주어야 한다. 소신껏 문제를 출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수준으 검증하는 데에는 어떤 문항 유형이 적합한가?" "시험을 어떻게 설계해야만 바람직한 학습과 발달을 유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맞는 교육 철학을 형성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지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을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 해 내도록 그것만을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떠오른다. 쉽지 않은 길이다. 지금의 시험으로는 안 되는 생각과 진정한 수학 능력 시험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험에서 멀어진 지금. 수능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게 하는 책이 바로 <수능 해킹>이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추천하는 분.

  - 한국 미래를 걱정하는 분

  - 지금의 수학능력시험이 만들어진 이유가 궁금하신 분.


추천하는 문장 *가제본 기준.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을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 해 내도록 그것만을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page 2)


"카드패 대신 낱말을 두고 사천성 게임을 하듯이, 지문과 선지를 번갈아 곁눈질해 가면서 중복되는 키워드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page 38)


"혁신적인 실패보다는 각본이 정해진 실패가 나은 법이니까요. 매몰비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시험이 뒤틀릴수록 학생들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게 되며, N수생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page 87)


#수능해킹 #수능 #킬러문항 #사교육 #문호진 #단요


* [창비] 수능해킹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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