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 고백.
마음 아픈 동물원의 꿈가진 수의사.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의 고백.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는 청주시립동물원 수의사 변재원의 고백을 담은 글이다. 그가 일을 시작한 아쿠아리움, 지금 그가 일한 청주동물원, 그리고 그가 목표하고 있는 꿈을 담았다. 고백이라는 단어를 구태어 붙인 이유가 있다. 바로 수의사 당사자의 실수가 담겨 있다.
충분히 알지 못해, 아파하던 아이들. 때론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 사육사와 수의사를 병행하며 놓쳤던 아이들. 여우의 탈출 한 뒤, 순간 판단이 흐려진 일까지. 실수를 인정하고 말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누가 자신의 잘못, 실수를 알리는 일을 기꺼워할까?
거기다,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글로 남긴다는 건,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른 면도 보인다. 아픔을 견뎌냈고, 실수로 성장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래서 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인 변재원의 고백이라 적어둔다.
1부에는 마음이 쓰라리고 2부는 마음이 아릿하다. 충분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저자는 노력한다. 꼬리가 없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지키고, 죽어가던 홍따오기를 살린다. 바다코끼리의 거대한 엄니를 발치하는 수술을 골절된 갈비를 부여잡는다. 눈병에 걸린 바이칼 물범을 위해 자신의 눈에 손수 제작한 안약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다른 수의사들의 도움을 청하고, 고난을 겨우 이겨내며 아이들을 지켜내고 있다. 종종 그 마음이라도 안다는 듯 동물원 식구들은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사육사가 내게 청진기를 받아 수달 한 마리 앞으로 조심스레 가져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두 뒷발로 일어선 수달이 앞발로 동그란 청진판을 꼭 잡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는 게 아닌가.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page 76)
기억을 짚어본다. 동물원을 마지막으로 간 건, 중학교 때 무렵이다. 시골에 사는 탓에 소풍을 서울로 갔다. 그때 가고는 간 적은 없다. 그보다 즐길 거리가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동물의 생활을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파 가기 어려운 탓이 크다.
좁은 공간에 동물들은 산다. 야생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들은 종종 물건으로 취급받으며, 배달이 되었을 때 폐사되면 추가로 물건이 들어온다. 그들의 복지는 없다. 인간의 궁금증을 채우기만을 위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싫었다. 외면했다. 그렇다고 그곳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하다. <이상한 동물원 행복한 수의사>를 읽고는 생각이 어긋나 버렸다. 모두들 동물을 오직 대상으로 한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변재원을 포함한 3명은 어벤저스처럼 동물원 복지에 신경 쓰려 노력한다.
마지막 3부에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쉽지 않다. 그와 그의 동료인 어벤저스가 노력하고 있다. 동물의 치료를 위한 책자를 제작한다. 시민의 기부금, 때로는 국립동물원이 되길 꿈꾼다. 후배들을 위해 기록을 남긴다. 자신의 조악한 경험이라도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일 테다.
궁금하다. 어벤저스가 아이들을 위해 구성하고 있는 동물원은 어떨까? 동물원에 대한 편견을 조금 옆으로 치워두고 가보고 싶다. 그들의 마음으로 키워내고 있는 아이들이 궁금하다.
나누고 싶은 문장. *가제본 기준
아픈 존재에 대한 포용까지 배울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오늘날 동물원의 또 다른 존재 가치라고 나는 믿는다. (page 35)
최선을 다했음에도 어찌할 수 없는 결과를 맞았다면 진정 최선의 처치였는지 계속 되뇌어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하루하루 쌓여가는 수많은 삶과 죽음을 통해 내 진료의 불완전함을 발견하고 개선해 전보다 나은 진료를 하는 것뿐이다. (page 44)
동물을 억지로 관람객 앞으로 내몰지 않기에 동물을 못 볼 때도 많지만, '동물을 볼 수 없는 동물원'까지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page 177)
진료와 합주는 닮았다. 각자 부단히 자기 파트를 연습해 놓아야 모일 때 순조롭다. (page 205)
추천하는 분
- 동물원의 수의사 생활이 궁금하신 분.
- 청주시립 동물원 어벤저스 수의사가 궁금하신 분.
김영사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