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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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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l 10. 2024

시끄러운 곳에서 일할 때 장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시끄러운 곳에서 일할 때 장점.


  연구는 고고하지 않다. 한정하자면, 환경 연구는 특히 그렇다. 내가 전공한 수처리도 그러하다. 우리가 먹는 정수 처리는 괜찮은 편이다. 하수와 폐수 처리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수는 우리가 쓴 생활하수를 이르는 말로, 먹고 씻고 쌀 때 발생하는 물이다. 냄새가 진동하고, 여름에는 벌레들의 잔치장이 된다. 


  폐수는 다양하다. 먹고 쓰는 공장에서 나오는 물들이 있는가 하면, 제지, 자동차, 병원 등,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기관에서 독한 물들이 나온다. 거긴 고농도의 화학 약품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처리를 할 때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연기가 푹푹 나오기도 한다. 


  안전을 위해 단단히 나를 동여매고 나면 감각이 무디게 된다. 보안경 덕분에 시야는 흐릿해지고, 손에는 두꺼운 장갑이 채워지며, 귀는 먹먹하게 틀어막는다. 단단한 무장을 한 뒤, 실험실에서 벗어난 파일럿 플랜트 실험을 한다. 



  시끄럽다. 기기들이 움직이며 소리를 가득 채운다. 펌프 돌아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김 나오는 소리. 말로 하는 소통은 어렵다. 어긋날까 걱정된다. 내 몫을 다하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자료를 수집하고, 공정을 운영하며 결과를 낸다. 박사를 하고, 회사 생활을 하며 모은 자그마한 경험 덕에 함께 하는 이들에게 빠르게 스며들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협업이 중요하다. 협업의 다른 말은 소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끄러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은 눈빛 교환이다.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다. 최근 며칠 동안 현장을 오가며 눈으로 대화를 한참 한 동료가 생겼다. 


   몸으로 한 체험이 머리에 오래 각인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미국 UCLA 명예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은 1981년의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s)'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소통에서 언어적 요소의 중요도는 7%. 청각적 요소(준언어)는 38%, 시각적 요소(비언어)가 55%라고 한다. 



  난 그와 언어와 청각은 없지만 비언어적 요소로 활달하게 소통한 모양이다. 꾸며진, 아니 꾸밀 수 없는 언어적 요소로 한참 대화한 결과는 어땠을까? 나만의 착각일 수 있지만, 어색한 기운은 사그라들었고,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이라도 그렇다. 현장을 운영하는 일이 몸으로 고된 일이지만, 눈으로 대화하는 법을 익히며 낯선 이들과 조금은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니 말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소통의 방법을 하나 깨닫게 된다. 


  오늘도 연구를 위하여 현장으로 나선다. 아직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동료과 시끄러운 곳으로 간다. 한발 한발 현장이 가까워진다. 그럴수록 언어는 뒤로 밀려나고, 준언어도 사라졌다. 펌프를 켜며 오직 시각적인 요소만이 남았다. 


  우린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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