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만큼 살면 벌써 좋은 사람이 되었겠지요?
애연가가 공허한 금연 권유를 하는 이유.
글을 쓴다. 운이 좋았다. 세상이 험악하다지만, 좋은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글 쓰며 느낀다. 내가 자주 쓰는 글은 에세이다. 어떤 주제를 담아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제를 여럿 쓰니, 에세이가 딱 맞은 모양이다. 문어발식으로 쓰다 보면 언젠가 묶일 거라는 대책 없는 기대를 안고 꾸준히 쓸 뿐이다.
종종 쓰는 글이 있다. 자기 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글이다. 결말은 다짐으로 끝나거나, 다른 분들도 해보시길 바라며 마무리 짓는다. 글의 시작도 도달하는 방법도 여럿이지만, 도착지는 비슷하다. 자신을 잘 통제하고, 꾸준히 하며,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는 암시가 담겨있다.
쓰는 순간 난 어떤 생각을 할까? 글감이 되고 글로 정리하며 발행할 때는 내 다짐은 굳건하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타인에게 좋은 말을 하며, 경청에 더 힘쓰는 멋진 사람이 된다. 쓴 만큼 지냈을까?
장렬하게 실패했다.
쓴 만큼 살았다면 정말 좋은 사람이 되었을 테다. 가끔 화를 내고 종종 불안해하며 평범한 겨우 이 정도가 되었다. 시도가 잦은 만큼, 실패도 잦다. 내 글을 다시 읽고 시간 퇴고를 하며 다짐을 다시 한다. 또, 시간이 흐르면 약해진다. 반복된다. 올해도 책 읽기, 글쓰기, 영어 공부, 운동을 다짐했지만, 시도와 멈춤이 반복된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언제나 금연을 도전하는 친구." 자주 실패하고, 그보다 더 자주 결심한다. 다짐하는 이유도 여럿이다. 담뱃값이 올라갔을 때, 기침이 잦을 때, 흡연구역이 점점 작아지고 멀어질 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실패를 거듭하는 그는 많은 이들에게 힐난을 받은 모양이다. 특히 다른 흡연자에게 금연을 권할 때다.
의아했다. 애연가에게 가까운 그가 타인에게 금연이라니. 그 말에 힘이 있을까 갸웃하니 득달같이 입을 뗀다.
"담배를 그만 피우라는 말은 나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해. 담배를 피운다고 담배가 나쁘다는 걸 모르지 않으니까. 금연을 권하며 결심을 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지. 말에 힘이 없을 수는 있어. 다만, 권하면서 내가 나에게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혹시 듣다가 누군가 할지도 모르고. 또, 실패한 경험자가 하는 말에 진솔함은 확실하게 담겨있으니까, 계속하는 거야."
내가 지난 글에 써놓은 것처럼 살았다면, 좋은 사람이 되었을 테다.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결심을 계속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확실 한 건, 그 말을 하는 순간에는 지키려고 노력한다. 작심삼일도 100번 하면 1년 내내 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궤변 같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해 보자면, 0 보다는 1이 괜찮은 것 아닐까? 글을 쓰며, 스스로를 다잡고, 다시 하고, 실패하고 다시 하며 난 조금씩 변하는 건 아닐까?
도전과 실패가 켜켜이 쌓이다 보면, 미세하지만 각도가 변하지 않을까?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작은 각도의 변화가 전혀 다른 도착지에 가게 만드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말하고 글을 쓰다 보면 난 정말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다짐이 결국 좋은 사람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난 앞으로 자주 나를 위한 결심이 잦을 테다. 다시 돌아오고 가길 반복할 테다. 그냥 해본다. 오늘도 글을 쓰며 결심을 많은 분들에게 알린다. 1년의 반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하며 했던 결심을 떠올려 본다. 애연가 친구는 새해에도 금연을 약속했고, 지금도 도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