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Jul 05. 2024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고요?

2024 국제도서전.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축제가 있다. 바로 "국제도서전". 아쉽게 지난해에는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가겠노라 결심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나니 잔치집이다. 출판사는 새로운 책이 도서전에 맞춰 내놓고, 사은품을 준비하며,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은 없다. 


  또, 독립출판을 한쪽에 모아두니, 새로운 형태의 책들도 만날 수 있다. 소설 쓰기 선생님, 에세이를 알려주신 선생님들이 부스를 차리고 있다는 소식에 난 가야만 했다.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화창한 햇살이 살을 콕콕 찌르니, 물이 새는 봉투 마냥 땀이 줄줄줄 나왔다. 


  코엑스. 토요일. 기다란 줄이 있기에 지나쳤다. 입구가 어디 있는지 더듬거리며 걸었다. 아차. 아까 기다란 줄 끝이 내가 서야 하는 곳이다. 직원들은 연신 "네이버 예약을 하신 분들은 앞으로 붙어주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줄은 끝이 없었고, 놀랐다. 줄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앞으로 앞으로 갔다.


  겨우 노란색 팔찌를 받아 들고 3층으로 향했다. 빙글빙글.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입구가 보였다. 익숙한 얼굴의 최재천 교수님이 강연 중이셨다.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 이들을 위해 자막이 커다란 스크린으로 떨어진다. 잠시 보다, 정신을 차리고 독립 출판 부스로 몸을 맡겼다. 


  부스는 보이지 않고, 오직 머리만 보였다. 만원 지하철처럼 사람에게 쓸려 다녔다. 겨우 찾은 작가님들의 부스 앞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준비해 온 휘낭시에를 드리며, 더운데 괜찮으시냐는 말을 드렸다. 괜찮다는 말과 함께 부채를 주신다. 다시 오겠노라며 사람들 파도 속으로 쏙 들어갔다. 



  겨우 아는 분들을 만나고 다음 동으로 넘어갔다. 여긴 알만한 이름의 출판사들이 있는 곳.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송송 출판. 음식 웹툰의 스테디셀러 오므라이스 죔죔 코너가 크게 차지하고 있다. 익숙한 책들을 보며 지나쳤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이벤트 중인지 북적거린다. 최근까지 정주행 중인 <전지적 독자 시점>의 김영사에 눈길을 던지고 있던 때, 여자친구가 어깨를 톡톡 쳤다.


  "저기 최태성 선생님 아니야?"


  프런트 페이지 출판사 직원의 목소리가 뒤이어 들린다. 


  "책 구매 하신 분들은 최태성 선생님 사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책을 한 권 들고 (<최소한의 한국사>는 구매 예정..이었습니다) 줄을 섰다. 또렷한 목소리, 커다란 웃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 에너지가 전해졌다. 드디어 내 차례. 사인을 위해 적어둔 내 이름을 크게 한 번 부르시고는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선생님 덕분에 한국사검정시험도 고득점 했습니다. 선생님 강의도, 방송도 보며 많이 배웁니다. 선생님에게 받기만 합니다"


  활짝 웃으시며, 손을 잡고는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셨다. 축축한 더위를 밀어내는 따스한 손에서 행복 에너지가 넘어온다. '받기만 한다'는 말을 콕 짚으시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신다. 좋은 성적 거두는 일도, 방송을 보며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일에 감사하고, 자신의 행복이라고 하신다.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는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는 응원을 해주셨다. 떠나가는 내 뒤로 큰 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최태성 선생님의 여운을 마음에 담고 복잡한 도서전을 다시 돌았다. 사실 힘들었다. 사람은 많았고, 콘텐츠를 보는 일은 어렵다 못해 불가능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척박한 출판 환경에서도 책을 내고, 읽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읽는 분들의 에너지를 얻어간다. 거기다, 선물처럼 만난 최태성 선생님 덕분에 도서전을 성공. 대 성공이었다.


  다음 도서전을 기다린다. 어떤 우연을 만나 난 책을 더 사랑하게 될까? 아참. 독서 인구는 계속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있는 자취방. 소리를 지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