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섀클턴, 인듀어런스 호
어니스트 섀클턴, 인듀어런스 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 (이하 알쓸인잡)에 소개된 이야기가 있다. 어니스트 섀클턴. 남극 횡단에 도전했으나 위대한 실패를 한 그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듣고 책을 주문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이 그곳에서 일어났기에 위대한 실패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탐험의 시대. 1900년대 초. 인간이 모르는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며 밝힌다는 신념이 가득 찬 시대. 가장 앞에 서있던 국가는 영국. 그들의 온 세계를 밝히겠다 사명으로 뻗어 나간다. 지구 모든 곳에 가장 먼저 영국인의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의지.
영국이 진 곳이 있다. 바로 남극. 지구의 가장 남쪽 바로 그곳에는 영국의 깃발이 아니라 노르웨이의 깃발이 꽂혔다. 영국은 굴하지 않았다. 섀클턴은 제안했다. 남극에서 가장 넓은 길을 따라 남극점을 밟고 횡단하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한 그들의 여행은 출발 2개월 만에 움직이는 빙하 속에 갇혔다. 배는 3개월 만에 부서지고 침몰했다. 섀클턴은 결심했다. 실패를 인정하고 돌아가는 일에 집중했다. 그도 두려웠다.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공포. 떠다니는 빙하에서 5개월을 버텼다. 외부와 차단된 채.
도전했다. 육지를 찾아가자고. 죽음을 각오한 행군이 시작되었다. 3개월 동안 걸었다. 수십 톤의 물건을 들고. 그리고 도착한 육지에서 그들은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축축한 텐트 속에서 부족한 음식을 먹으며 말이다.
버티는 것에, 살아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한번 결단한다. 6 m 짜리 배를 타고, 1,600 km의 남극해를 건넌다. 모두들 죽음을 생각했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모든 동료를 살려 냈다. 책 곳곳에는 죽음이 드리웠고, 그들은 죽음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냈다.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일상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삶을 만드는 모습이다.
죽음을 밀어내기 위해 습관으로 일상을 유지했다.
죽음을 밀어내는 습관.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담배를 피우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별스럽지 않은 작은 임무를 수행한다.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산책을 하며 일상을 유지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견고한 일상이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물리친다.
우리의 삶도 만만치 않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탐험과 비슷하다. 때론, 해고라는 죽음이 나를 기다리기도 하고, 관계가 부서지는 매서운 공격이 들어와 죽음을 가깝게 한다. 나를 쥐어 흔들고, 멈추라고 하며, 일상을 부시고 들어온다. 그때마다, 일상을 보호하는 건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은 생존이다. 가벼운 일상을 유지하는 일이 바로 죽음을 밀어내는 습관이 된다. 아주 사소하게 시작한 습관이 내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 되리라.
오늘도 글을 쓰는 습관.
독서를 하는 습관.
산책을 하는 습관.
그림을 그리는 습관
일찍 일어나는 습관.
상쾌한 샤워로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
웃음으로 타인을 대하는 습관.
긍정적인 태도를 선택하는 습관.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습관.
과식하지 않는 습관.
이 모든 습관이 죽음을 밀어내는 습관이 되리라.
섀클턴이 그랬듯 나도 죽음으로부터 일상을 보호하는 습관을 잘 다독이리라.
한 줄 요약: 습관은 죽음으로부터 나를 보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