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합니다.
나만의 치타델레.
미셀 드 몽테뉴. 프랑스 철학자이자, 법관, 작가다. 대표가 되는 책이 있다. <에세>다. 다른 이름으로는 <수상록>. 그의 이름은 낯설어도, 그의 책을 들어본 적은 있을 테다. 에세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을까? 바로 에세이의 기원이 되는 말이라고 한다.
언어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같은 단어라 하더라고 시대에 따라 품고 있는 뜻이 변화한다. '에세'라는 말은 맛보다는 의미로 쓰였다 한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적어둔 책이 바로 '에세이' 아닐까? 그는 일상생활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생각을 다듬어 놓으므로 자기도 모르는 자신을 맛보기 하며 산 모양이다.
그가 <에세>를 쓴 곳은 몽테뉴 성의 '치타델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일찍 라틴어를 깨우쳤고, 15살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른 나이인 21살부터 법관으로 활동했다. 30살이 되던 해부터 친한 친구, 아버지, 남동생이 연이어 돌아가신다. 자신도 말에서 낙마했다. 불운한 일이 연달아 있고 난 뒤, 그는 돌연 은퇴한다. 그때, 그가 들어간 곳이 바로 자신의 성에 있는 치타델레다.
치타델레는 독일어로 요새 안 작은 보루라는 뜻을 가진다. 그는 책 1,000권을 들고 벽에다 50개 남짓의 라틴어 격언을 박아 넣고, 단 한 문장만은 프랑스어로 넣어둔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그는 10년에 걸쳐 읽고, 사유하고, 글을 쓴 모양이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에세>다. 출간 뒤에도 그는 말년까지 에세를 고친다.
부러웠다. 10년 동안 생업의 고민을 벗어던지고, 오직 읽기, 쓰기 그리고 자신만을 들고 고민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가 세상을 가두고 자신만의 생각에 들어간다. 오직 자신과 책과 이야기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나로서는 그만한 휴가도, 그만한 직장도 없을 것 같다. 현실에 없다고, 아니,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다고 없는 건 아니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마음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을 곰곰이 따지고 보면, 나만의 치타델레는 물리적 공간일 필요가 없다에 도달한다.
어디가 나만의 치타델레일까? 몇몇이 떠오른다. 모든 이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책장. Starry garden이라는 에세이를 쓰는 정원.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날것의 생각을 남기는 일기장. 나만의 치타델레가 여기에 있었다.
정원에도, 책장에도, 일기장에도 들어만 가면 하나의 큰 공통점이 있다. 세상을 가두고 오직 나와 글만이 존재하며 이야기할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을 한 발 떨어져서 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책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눠지기도 한다. 그뿐일까? 사유를 거치지 않고 나온 생동감 있는 글들이 아이디어가 되어 또 다른 생각으로 날 보내기도 한다.
나도 그처럼 10년이라는 긴 시간은 아지니만, 이제 막 2년을 넘는 시간의 치타델레를 꾸미고, 관리하고, 나를 적어두고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곳. 소중한 이곳을 언제나, 어디서나 지킬 테다. 어떤 힘겨운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곳은 성안의 작은 보루가 되어 나를 지켜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