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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11. 2024

야구장 다녀와서 야구책 읽는 독서모임.

책은 무엇과도 연결됩니다.

야구장 다녀와서 야구책 읽는 독서모임.


  심야책방. 우리 독서모임에 최강 야구가 스며들었다. 동생은 최강 야구를 정주행 하더니, 친구들과 삼삼오오 야구장을 다녀온다. 이제는 틈이 나면 텔레비전은 야구 소리가 쟁쟁거린다. 전염이 되는 것일까? 모임원 한 분도 최강야구에 빠지더니, 이제는 좋아하는 선수까지 생기셨다. 이렇게 천만 관객 야구 시대를 여는데 우리 모임원들도 기여 중이다.


  모임 시작을 야구로 여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모르는 규정이 있다면, 내게 묻는 일이 잦다. 성심성의껏 알려드렸다. 몇 번 반복되었을까? 우린 결국 의기투합했다. 야구를 한 번 보러 가자고. 명색이 독서모임이 야구만을 본다는 일이 어색했기에 아이디어를 냈다.


  "야구장 다녀와서 우리 야구 관련 책을 읽고 나눠봅시다."


  모두 호쾌하게 좋다고 한다.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티켓팅을 해야 할 시간, 우리가 갈 자리까지. 고고하게 테이블이 있는 곳에 앉아 치킨과 함께 야구를 볼 상상에 우린 웃으며 독서모임 이어갔다.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그러기에 인생이라고 하지 않나? 티켓팅은 무참히 실패했고, 우린 외야에 잔디 자리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고난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도착해 우르르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니, 이런. 자리는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잔디가 아닌 1루 끝을 잡았다. 모임 친구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어디서 보는 게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원한 음료와 치킨을 먹으며 팀을 응원하니, 문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땀은 삐질삐질 흐르지만, 우린 경기에 집중했다.


  해가 지고, 경기가 끝날쯤. 우리가 응원하던 팀은 아쉽게 패배했다. 헛헛한 마음을 뒤로하고 자리를 말끔히 정리한다. 승패가 관계없이 모두들 웃는 얼굴이다. 어떤 지점이 좋았고, 또 보고 싶다는 말까지 이어진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우리가 독서모임인 것을 잊지 말자며 웃으며 안녕했다.



  돌아오는 독서모임에 각자 야구 관련 책을 가져왔다. 4명 중 3명이 같은 책이다. 

  최강야구의 중심에 서 계시는 김성근 감독님의 책 <인생은 순간이다>


  야구에서 인생을 읊고 계셨다.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경계인. 야구에서는 비주류인 감독님의 생각이 가득하다. 야구라는 심장으로 오늘도 살아간다는 감독님.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쿡쿡 쑤시게 한다. 난 정말 노력하고 살고 있는 것인가? 온갖 안 되는 이유를 주어, 정체되고 있는 현재를 두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세상살이를 하며 제일 약한 것이 남한테 나를 해명하고 방어하는 사람이다." (page 35)


  "결국 인생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몇 살을 먹었든 몸이 어떻든 자기의 베스트를 다하는 것. 세상살이에 중요한 건 그뿐이다." (page 268)


  나이와 무관하게 언제나 현역으로 사시는 감독님. 야구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인생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언제나, 어디서나 내 몸을 베스트로 만드는 철저함. 야구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심야책방에 다시 한번 야구 이야기가 깊게 파고든다. 우린 곧 야구 경기를 보도 또 야구 관련 책을 읽고 나눌 것 같다. 거기에는 인생이 담겨 있으니. 책은 무엇과도 연결됨에 감탄하며 다음 독서모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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