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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Aug 02. 2024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추리 소설의 진정한 맛은 두 번째 읽을 때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셜록 홈스 팬이다. 전집을 사놓고 읽었다. 드라마가 나온다면 보고, 영화를 챙겨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오디오 북처럼 셜록 홈스 시리즈는 듣고 있다. 읽을 때마다 재미있고, 들을 때마다 흥미진진한 소설이 바로 추리다. 


  사건이 터지고, 예리한 관찰력과 사고력을 가진 주인공이 멋지게 범인을 잡는 소설. 최근에 만난 분이 있다.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아서 코난 도일과는 다른 맛의 추리 소설이다. 다 읽지 못했지만, 현재까지 애거서 크리스트의 가장 재미있는 추리 소설 1등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책이 바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다. 


  좋은 건 나누는 것이 인지 상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심야 책방 독서모임 지정 도서는 바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다. 결심을 하고, 모임원에게 물었다. "혹시나 읽어보신 분이 있을까요?" 모임원 모두가 고개를 도리도리 했다. "휴~"하며 긴장에 바람이 빠졌다. 


  그리고 며칠 뒤. 붉은색 책을 읽던 동생이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금붕어처럼 입을 힘없이 뻥긋 거리며 말했다. 


  "등장인물 너무 많고, 이름은 어려워."


  아차 싶었다. 책을 추천하고 나서 드는 섬뜩한 생각. 다른 분들은 어떨지 마음을 조리며 기다렸다. 책 추천이 어렵다는 사실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독서모임. 4명의 모임원은 서로 다른 3가지 번역가가 옮긴 책을 가져왔다. 



  대사가 달랐고, 문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동생이 선택한 책은 원문 그대로를 전달할 수 있지만, 딱딱하고 한 번에 와닿지 않은 문장이 있다고 했다. 중간중간 주인공인 푸아로가 정리해서, 내용을 따라가는 일이 편했다고 했다. 다만, 끝까지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어 누가 범인인지 몰랐다. 마음에 걸린 건 왜? 아무도 푸아로를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느냐였다고 하신다. 


  책 추천하고 나서 최고의 찬사가 있다면,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 


  뿌듯한 마음으로 모임은 이어졌다. 같은 책 다른 옮긴이. 거기다, 평소에는 절. 대. 읽지 않은 분들의 새로운 도전까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업을 했다는 마음에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거기다, 추리소설을 지정도서로 했을 때 장점이 눈에 들어왔다. 추리소설 특성 탓에 읽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을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임을 위해 모두가 같이 읽고 나니 스포일러 걱정은 없었다. 


  두 번째 읽는 추리소설은 재미가 없을까? 절대 아니다. 새로운 맛이 있다.


  처음 읽을 때는 부크가 되었다고 두 번째는 온전히 푸아로가 되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었다. (부크는 열차 회사 중역이다.) 처음 읽을 때는 북적거리며 등장하는 인물을 따라가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그들의 증언은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고 엇갈림이 있다. 그럴 때마다 푸아로는 부크에게 친절하게 다시 설명을 한다. 자신의 메모까지 정리해서 보여주는 사려 깊은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 읽을 때는 바로 나는 부크가 된다.


  두 번째 읽는 나는 온전히 푸아로다. 그가 하는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어낸다. 어떤 시점에서는 이미 심증으로 범인을 상정하고 조사를 치밀하게 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의미 없던 대사가 지금 보니, 무언가를 알아챈 모습이 된다. 명탐정의 숨은 의도가 보이기도 한다. 진정으로 그가 찾는 증거를 쫓아가며, 결론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게 된다. 


  추리 소설의 진정한 맛은 두 번째 읽을 때다. 


  모임은 이야기로 가득했다. 또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열차에 잠시 타고 푸아로와 함께 여행을 다닌 기분이다. 다음 추리 장소로 모임원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 그리고 외치고 싶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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