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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21. 2024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독서 모임

삶의 중요한 기둥이니까요.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독서모임.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낯선 일을 하고 있다. 일정이 흔들렸다. 내게 달려있던 일들이 달랑거렸다. 글쓰기는 잠시 멈추었고, 다른 분들의 귀한 글을 읽는 시간도 부족했다.


  흔들리고 나니, 남는 일이 있고, 떨어져 나간 일이 있다. 도망가지 않도록 꼭 잡은 일정이 여럿 있다. 내가 꼭 지키고 싶었던 일인 모양이다. 가장 꽉 쥐고 있던 건, 바로 심야책방, 독서모임이다. 금요일 저녁, 회사가 끝나면 달려간다. 저녁도 거르고 터치다운 하듯 모임에 참석한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다 지난 글에 있던 댓글 몇 개가 떠올랐다.


  독서모임에 적힌 댓글에는 4~5년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 종종 보이고, 어떤 분들은 10년 가까이 모임을 하고 있다고들 한다. 그분들에 비해 적은 경력이지만 우리 2년이 넘어가고 있다. 독서모임을 붙들고 있으니 그분들의 마음을 흐릿하게 알게 되었다.


  모임원들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도 언제나,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며 지킨 덕분이다. 같은 사람들이 계속 만나며 책을 읽는 일이 지루하지 않을까? 절대 아니다. 책은 늘 새롭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싱그러운 재미를 선사하며, 모임원들의 이야기가 추억으로 쌓인다.



  퇴적된 시간이 길어지니 언덕처럼 보인다. 지칠 때는 기대어 쉴 수 있고, 힘들 때는 비빌 수 있는 자리다. 꽉 막힌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도, 저녁 식사를 건너뛰는 일도 할 수 있다. 가는 시간 내내 만나지 못한 시간 동안 책친구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상상하는 시간도 즐겁다. 


  겨우 도착한 모임. 가지고 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기 바쁘다. 끝나지 않는다.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고, 어려움에 처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은 추천해주기도 한다. 결속은 단단해지고, 언덕은 넓어진다. 이제는 누가 읽을까 싶은 책이라는 매체로 엮인 이들. 이제는 다른 이들을 찾기도 어렵다.


  그렇게 2시간. 시계를 보니, 3시간 가깝기 흘렀다. 아쉽다.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각자의 세상으로 흩어진다. 어떤 삶을 살더라도, 어떠한 순간이 오더라도 우린 우리의 삶, 우선순위에서 독서모임을 내려놓을 수 없을 테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모임을 지킬 테다. 거대한 언덕이 되어 언제나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된다. 모를 일이다. 나도 누군가의 독서모임 이야기에 우리는 10년 째하고 있다고 말할 날이 올지. 혹시 모임을 잘 챙겨 10년 동안 한다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고 싶다. 이 좋은 독서모임을 많은 분들이 하길 홍보하리라. 이제 7년 남짓 남았다.


  시간은 가속이 붙는다고 하니,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가리라.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10년이라는 기간을 채울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독서모임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선불로 지급한다. 우리가 그려낼 이야기를 계속해서 기록해둔다. 이 또한 모를 일이다. 우리가 남긴 기록에 관심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할 분들이 생겨날지.


  독서모임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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