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리고 싶지만 현실이 암담하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턱 하고 막혀 나오지 않는다. 숨겨둔 마음에서만 뱅뱅 돈다. 아릿해지는 강도가 커질 때가 있는데, 옛날 생각이 날 때다.
울먹이며 "엄마"하고 부르면 지체 없이 달려와 해결해 주시던 어머니.
답답한 얼굴로 "아버지"하고 부르면 더 긴 말 하지 않아도 수습해 주시던 아버지.
받기만 했다. 이제는 마땅해 돌려 드려야 하지만 못하고 있다. 이제 내 도움이 필요할 정도의 나이에 들어선 부모님. 행여나 내가 걱정할까, 부담이 될까 "아들"이라는 말도 맘껏 부르지 못한다. 전화 한 통화도 용기를 차곡차곡 쌓아야 할 수 있는 부모님 생각을 짚어낸다.
능력과 목표의 차이는 선택을 강요한다. 능력을 키워낼 것인가, 목표를 깎아 낼 것인가. 돈 버는 일에는 잼병인지 시간이 걸리는 일인지, 쉽지 않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니 조급해질 뿐이다. 그럼 부모님에게 받은 것들을 잊고 살면 되지만, 선택하지 못한다.
한참을 생각하다,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건 그저 전화를 하는 일뿐이다. 식사는 하셨는지, 오늘 버스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몸은 괜찮으신지, 여쭙는 게 겨우 내가 하는 일일 뿐이다. 난 잘 있고, 난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마친다. 최소한 걱정을 줄 수 없으니.
매일을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받은 많은 은혜를. 갚진 못하더라도, 말 한마디 더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큰 일을 하지 못하더라고,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전화를 건다. 당신 덕분에 난 여기서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 걱정할 것 없이 잘 살고 있다는 안도를 선물이라 생각하며 포장한다. 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용기 내 겨우내 짜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