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꼭 방문해야 할 독립서점
선물하고픈 책이 가득한 독립서점- 소리소문
휴가. 듣기만 해도 설렌 단어는 현실이 되었다. 지내는 곳을 떠나 여행으로 휴가를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고 싶었던 제주로 정했다. 여행도 휴가도 떠나기 전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휴가를 함께하는 이들과 맛집도,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하나씩 더해 촘촘한 일정을 생각하며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꼭 넣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소리소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의 서점 150"에 선정된 서점이다. 꼭 가야 한다는 강조가 여럿이니, 궁금증은 커졌다. 세계에서 반짝이는 서점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동행하는 이들에게 소리소문을 찍으니, 흔쾌히 좋다는 답장을 받았다.
계획으로 한 번 여행을 떠난 뒤, 시간은 더디갔다. 그래도 흐른다.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니, 마음은 두둥실 떠올라 즐거웠다. 맛집에서 속을 든든히 채우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유적지를 다녀오고, 바다에 몸을 담그며 제주를 즐겼다.
일정에 따라 흐르던 우리는 책방소리소문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다 걱정이 마음 한 편을 비집고 자라났다. 한 명은 이미 다녀왔지만 감흥이 없었다는 말을 남겼고, 다른 한 명은 책과 친해지고자 하지만 어렵다고 말 끝을 흐렸다.
도착. 주차를 하고 내리니 시원한 바람이 불고, 화사한 서점이 보였다. 이름처럼 작은 마을의 작은 글들이 편안하게 있을 안식처. 소리소문. 서점은 책방 지기의 취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기민하게 살피는 건 바로 읽는 이들이 원하는 바다. 둘의 적정한 지점에서 큐레이션이 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책들은 지금 이 시점에도 쏟아지고, 좋은 책을은 과거에서부터 걸어오니 말이다.
책방을 산책하며 거닐었다. 함께한 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한 발짝 가까이 가길 바라며, 고민했다. 어둡던 방에 불이 밝게 켜지 듯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책 사이를 거닐던 이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네가 읽으면 좋을 책을 선물할게."
그들은 눈이 동그랗게 되더니 좋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 명은 "배울 수 있는 글"을 요청했고, 다른 한 명을 "이제 독서를 시작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오롯이 선물 받는 이를 생각하며 책을 고르려 발을 뗐다. 나를 위한 책이 아닌 타인을 위한 책을 고르는 일이 시작되었다. 소리소문 입구에 있던 글귀가 빈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책방지기가 예민한 감각으로 독자를 위해 골라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혹여나 가지고 있는 책이 있을까, 책 몇 권을 후보로 지정하고, 걷던 이들에게 보여준다. 준비해 둔 후보까지 가지도 않고, 다들 목차를 보더니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배울 수 있는 글"을 필요했던 친구에게는 신형철 작가의 <인생의 역사>를, "독서를 시작하겠다던" 친구에게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선물했다. 감흥이 없다던 친구는 책장과 책장을 촘촘하게 살피며 책을 고르고, 이제 독서를 시작하고 싶다던 친구는 자리에 앉아 선물 받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책과 책을 건너며 책방을 즐겼다. 작게 마련된 콘텐츠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필사도, 부재중 전화도 모두 누리고 묵직하게 책을 들고 나왔다. 친구들이 책에 조금 더 가까이 갔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친구들이 기쁜 말을 전했다.
"선물 받은 책 다 읽고, 독서모임으로 또 만나자."
빙그레 웃고, 꼭 보자는 말로 돌려줬다. 선물하고픈 책이 가득한 소리소문. 소담한 마을, 마음 찡한 이야기가 가득한 그곳. 떠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그립다.